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전력시장 구조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가적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스마트화,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의 전력수요 급증 등 전력 계통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변화에 대응할 체계적 정책 분석과 실행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다.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기술과 정책,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형 연구와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탄소중립·에너지 안보 등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기술변화 예측 및 에너지 정책 방향과 대안 제시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맡는다.
연구소는 에너지정책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오는 2026년 신설 예정인 ‘에너지 정책’ 융합전공의 학문적 기반을 다지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인력양성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에너지정책 융합 전공은 향후 에너지정책 전문대학원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관련 공학, 경제, 경영, 정치, 법률 등 학제적 역량을 보유한 에너지정책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에너지 공대의 특성을 살린 공학적 모델 기반 정량적 연구로 특화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소는 지역사회, 출연기관 및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AMP) 개설도 지원할 계획이다.
문승일 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에너지정책연구소의 출범은 우리 대학이 에너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정책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탄소중립·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아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에너지 신산업을 이끌 전문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전력망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술을 말하는 ‘그리드 테크(Grid Tech)’를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한다.고품질 전력기기와 스마트그리드, AI 기반 전력 운영 기술을 융합한 그리드 테크는 2030년까지 연간 3917억달러(약 392조 원)의 글로벌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기술력과 대규모 전력망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이해, 수출 전략, 금융 조달과 정책 협상 능력까지 포괄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승완 에너지정책연구소 교수는 “에너지 시장 구조와 기후정책, 스마트그리드 구축 경험, 통상 협상 감각까지 겸비한 인재야말로 케이-그리드 테크 성공을 이끌 특수부대”라며 “기술과 산업 역량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이를 통합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재가 결국 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전력산업에서는 복잡한 수요와 공급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 모델링 역량이 핵심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해석 방식만으로는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나 실시간 전력시장, 분산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처럼 고도화된 모델링 전문가를 확보하는 일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집 에너지정책연구소 교수는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계통과 시장, 정책을 연결해 수치화할 수 있는 인력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한다”며 “켄텍이 추진 중인 융합 교육은 산업 생태계 전체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에너지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실증 데이터 기반의 정책 시뮬레이션, 기업 맞춤형 재교육, 글로벌 표준 선도 등 다양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산업의 현장성과 정책 간극을 좁히고, 실질적인 정책 설계와 인재 육성의 허브 역할을 도맡겠다는 방침이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직무대행은 “켄텍은 단순한 에너지 특화대학을 넘어 국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행 파트너로 도약하고 있다”며 “이제 국가 에너지 정책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책임을 안은 전략적 플랫폼의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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