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현대해상 등 대기업을 상대로 경영성과급을 퇴직금(평균임금) 계산에 포함해달라는 소송 다수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그 판결의 결론을 두고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지난 12월 선고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처럼 산업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영성과급 관련 토론회’는 기업과 노동계,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사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와 공감·공영·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포럼 등이 공동 주최했다.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될 경우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예컨대 15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대기업 직원이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 퇴직할 경우 연차 30년 기준 퇴직금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전원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경영성과급은 본질적으로 이윤배분일 뿐,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과는 거리가 멀다”며 “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은 퇴직급여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급여 등 공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중견·대기업에만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금성이 인정될 경우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성과급 평균임금 소송은 삼성전자(1·2차),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 한국유리공업 등 9건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급심에서 모두 승소(임금성 부정)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결론을 받았다. 반면 현대해상과 한국유리공업은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기업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다른 상황이다.
노동계는 경영성과급이 정기적·지속해서 지급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명시된 경우 “당연히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2002년 이후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 왔고, 노조와의 협의 또는 경영진이 정한 지급률을 기준으로 운영돼 법원이 임금성을 인정했다. 한국유리공업 역시 단체협약에 세부 기준이 명시돼 있어 1·2심 모두 임금성을 인정했다.
김희성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성과급 사건에서 판시된 ‘지급 의무성’과 ‘정기성’을 사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기업의 성과급은 대부분 불확정한 조건을 전제로 한 이익 배분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임금의 핵심은 ‘근로의 대가성’이고, 이는 ‘근로 제공과의 직접적·밀접한 관련성’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며 “성과급은 실비보전, 복리후생, 기업 충성도 제고 등 다양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역시 “성과급 지급은 대부분 ‘불확정 정지조건’에 해당하는 이윤 배분”이라며 “통상임금처럼 성과급까지 임금으로 본다면 기업의 보상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의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업들이 경영성과급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근로자들의 실질 보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과급의 평균임금 포함 여부는 기업 재무, 퇴직금 회계, 노동시장 격차, 고용형태 다양화 등 한국 노동시장 전체에 걸친 쟁점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사건의 대법원 판단이 선고될 경우 ‘리딩 케이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계는 판결 결과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김희성 교수는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면 퇴직금뿐 아니라 산업재해보상급여 등 각종 제도에 영향을 미쳐 공적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결국 대기업 퇴직자와 중소기업 퇴직자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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