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학교 복합 시설 확대에 나서자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학교 복합 시설은 학생은 물론 지역 주민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조성한 교내 시설을 말한다. 학교 수영장, 체육관 등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학교 부설 시설을 인근 주민이 쓸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수영장의 경우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쓰고, 그 외 시간에는 주민들이 강습을 받거나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다. 체육 및 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교내 시설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학교 시설 개방에 따른 안전문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양측 의견을 들어봤다.
과거에는 학교 운동장을 100% 개방해 주민들의 산책이나 운동 공간으로 쓰였다. 하지만 학생 보호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를 찾기 힘들어졌다. 초등학교 보안관은 외부인의 학교 출입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에도 학교 운동장을 쓰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수영장, 체육관 등 일정한 관리를 받는 학교 복합 시설까지 주민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복합 시설 이용은 학생 안전이나 학습권 침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은 시간대를 활용하고, 관리인을 둔다면 불미스러운 사고를 적절하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사고는 예방해야 하는 게 맞지만, 사고 우려 때문에 아예 시설을 차단하는 것은 과한 처사다. 교육 당국 입장에서는 생존 수영 등 기존 교육정책과 연계된 평생교육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학교 복합 시설은 필요하다. 예컨대 학교 수영장은 수중 에어로빅 강좌 등을 마련해 지역 노인들의 여가와 체육 활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원이나 체육관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선 더욱 그렇다. 학교 복합 시설이 사라지면 이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잃게 된다. 학교도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문화·체육 시설이 부족한 지역 주민에게 복합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일초 사례는 이 같은 문제를 잘 보여준다. 2021년 이 학교의 체육시설을 운영하던 업체가 이용자에게 별다른 안내 없이 시설을 폐쇄한 뒤 잠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모든 민원은 학교가 떠맡아야 했다. 강남구 일원동 영희초의 스포츠센터도 관리 문제 등으로 장기간 문을 닫자 주민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시설 유지비도 학교에 부담이 된다. 시설을 새로 만들 때는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리모델링, 설비 교체 등을 할 때는 학교가 자체 적립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몰카(몰래카메라) 등 아동성범죄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시설 관리를 잘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수영장 등 실내 시설의 경우 다수 외부인이 이용하면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학교 운영시간 외 개방 시 학생끼리 시설을 이용해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민 편익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자 공간이 돼야 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체육 시설이 부족하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별도 공간을 마련해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 공간인 학교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방향이다.
이와 별개로 학교 복합 시설 위탁업체 선정 방식에는 보완이 필요하다. 학교 시설의 소유권을 보유한 교육청은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41조’에 따라 위탁 운영사를 선정할 때 낙찰가가 가장 높은 업체에 사용 허가를 내주는 상황이다. 공유재산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낙찰가만 보면 업체의 재무건전성, 시설 운영 경험, 도덕성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학교 등이 시설을 책임 있게 관리 및 운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특정 업체가 최고가로 사용 허가를 받더라도 학교가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실 관리와 시설 방치 등의 위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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