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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뷰티 뜨자 TPG '잭팟'…화장품 팩키징社 삼화 KKR에 9000억 매각

입력 2025-07-21 15:39   수정 2025-07-21 18:18

이 기사는 07월 21일 15: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가 국내 화장품 팩키징 강소기업인 삼화를 9000억원에 판다. 2023년 11월 3000억원에 인수한 지 1년 반만에 3배 몸값을 인정 받았다. 삼화 경영권을 사가는 곳도 글로벌 PEF인 KKR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성장세 속에서 유행에 좌우되는 브랜드에 투자하기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PEF의 투자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년 반만에 3배 '잭팟'...올해 랜드마크 딜 부상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보유 중인 삼화 지분 100%를 KKR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KKR은 블랙스톤, 칼라일 등 글로벌 PEF와의 경쟁 끝에 약 8000억원을 써내며 인수에 성공했다. 삼화의 올해 예상 매출은 28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620억원 수준이다.

1977년 설립된 삼화는 연우, 펌텍코리아와 함께 국내 대표 화장품 용기 및 펌프 제조 강소기업이다. 플라스틱 병(보틀)과 함께 화장품을 분사하고 용액을 추출하는 펌프(디스펜서)를 생산한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디스펜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TPG는 2023년 11월 약 3000억원에 삼화와 관계사 4곳을 인수했다. 지분 매각가에 더해 배당 등을 포함하면 약 9000억원을 수령해 불과 1년 6개월 만에 투입 금액 기준 3배, 내부수익률(IRR) 기준 75%의 수익을 거뒀다. 이 거래는 TPG 내 비즈니스유닛(BU) 파트너인 윤신원 부대표가 발굴부터 협상, 인수 후 밸류업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용기집'을 글로벌 디스펜 기업으로
TPG가 삼화를 인수했을 당시 삼화의 EBITDA는 약 500억 원 중반 수준으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당시 기업 가치는 3000억원에 머물렀다. 임직원들도 회사를 '용기집'으로 불렀을 정도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는 흔한 중소기업 중 하나로 인식됐다.

TPG 인수팀은 용기가 아닌 삼화가 갖춘 디스펜서 기술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삼화의 펌프는 △도시지 컨트롤(원하는 양만큼 분출량을 조정하는 기술) △실링(누출을 막는 기술) △프라이밍 컨트롤(용기 잔여물 분출) 등 용기 펌프 기술력을 측정하는 복수 분야에서 세계 선두 수준의 기술력을 쌓았다. 다만 TPG 인수 이전까진 용기에 '딸려가는' 부품 중 하나로 인식돼왔다.

윤 부대표는 "삼화가 더이상 용기에 딸려나가는 펌프 제조사가 아니라 펌프를 팔기 위해 용기도 만드는 회사로 바꿔야 한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인수 이후 디스펜서 매출 비중을 65%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범용 보틀 비중은 대폭 축소했다. 경쟁사들이 보틀 매출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것과 달리, 삼화는 특화된 제품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삼화가 쌓아온 업력과 기술력도 빛을 봤다. 화장품 용기 생산이 전신인 경쟁사들과 달리 '삼화 금형사'라는 금형제조(몰딩) 기업에서 출범해 약 10여년전부터 화장품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금형 제조 시절부터 쌓아온 정밀한 가공 기술과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보유한 점도 회사의 강점이었다. 경쟁사들이 자체 제조 설비가 없어 외부 금형업체에 사출을 맡겨야하는점과 달리 고객인 화장품사들이 주문한 설계에 맞춰 곧바로 시제품을 제조할 수 있어 속도 측면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TPG는 인수 이후 화장품 고객사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주문시스템도 구축했다. 인디 화장품 브랜드들이 직접 접속해 펌프와 용기를 직접 설계하고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일종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로 브랜드를 재정립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입소문 타며 글로벌 PEF 각축전
삼화의 디스펜서 엔진 기술력이 빛을 보자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연우와 펌텍코리아 등 국내 기업들의 매출 70~80%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에 편중된 점과 달리 삼화의 매출 비중은 글로벌 화장품사가 약 60%에 달한다. 회사의 디스펜서 펌프가 고객사들의 내부 테스트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으면서 빠르게 고객망이 넓어졌다. 로레알 라프레리 에스티로더 루이비통(LVMH) 등 글로벌 대기업과 닥터자르트(해브앤비), 클리오, AHC를 비롯한 국내 유망 화장품사들로 사업이 확장됐다.

인수 이후 매년 30%씩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해외 비중이 70%에 육박하자 국내 연관 대기업과 글로벌 PEF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인수 제안이 이어졌다. 거래 막바지엔 KKR 뿐 아니라 세계 3대 PEF인 블랙스톤 칼라일도 큰 관심을 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랙스톤은 중국 최대 화장품 용기 제조사인 샤신을, 칼라일은 중국 내 2위 용기 제조사인 HCP를 보유하고 있다. 범용 플라스틱 용기의 수익성 저하를 겪는 상황에서 삼화의 디스펜서 엔진 제조기술을 결합하면 기존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란 포석이었다. 이 분야에서 뚜렷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지 않던 KKR도 후발주자로 오랜기간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KKR이 승기를 잡았다.
미드캡 정석 쓴 글로벌 PEF
업계에선 TPG가 침체된 국내 PEF 시장에서 미드캡 분야 M&A의 정석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명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을 사업 재편을 통해 세계 3위권 글로벌 PEF들이 앞다퉈 인수할 회사로 탈바꿈한 데는 저평가된 기업의 발굴에서부터 사업 영역의 조정 등 PEF의 '경영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조 단위 경쟁입찰 베팅에 매몰돼 후유증을 겪고 있는 국내 PEF 사이에서도 PEF 투자의 본질을 보인 반면교사로 회자되고 있다.



TPG 합류 이전 모건스탠리PE에서 모나리자, 쌍용제지, 한화L&C, 이노션 등에 투자하며 경험을 쌓았던 윤 부대표(사진)는 2016년말 TPG 합류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거래로 시장에 강한 인상을 심었다. TPG에서도 녹수 등 히든 챔피언 기업을 발굴하고 밸류업하는 데 특화한 인사로 꼽힌다. 윤 부대표는 유행에 따라 흥망성쇄가 빠르게 펼쳐지는 K-뷰티 브랜드 대신 이를 힘입어 조용히 성장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에 집중했다.

특히 ODM 중에서도 설비투자 부담이 크지 않은 용기 회사에 집중하던 중 삼화의 기술력에 사활을 걸었다. 어느 브랜드가 유행에서 승기를 잡더라도 기술력 있는 디스팬싱(펌프엔진)과 용기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란 데 베팅했다. 2년 넘게 기존 대주주를 설득하던 중 고령인 조휘철 회장이 후계 구도에 대한 고민에 빠지자 이를 조언하면서 거래를 따냈다.

인수 직후 윤 부대표는 삼화의 가족기업이던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것부터 수술대에 올렸다. 중소 제조기업인 삼화는 기존 대주주와 일가 친척들이 사출, 조립, 후가공, 코팅 등 부문별 관계사 형태로 지분을 쪼개 보유한 가족회사로 운영됐다. 분산된 지배구조 탓에 회계와 재고관리 등 일관된 경영 시스템 구축에도 난항을 겪었다. 윤 부대표는 5곳으로 나눠져있던 개인회사 등을 각각 인수해 삼화 밑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이를 통해 생산망을 통합하고 회계 시스템 등 삼화를 '기업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문 경영진 영입에도 힘을 쏟았다. LG생활건강을 거쳐 코스맥스 CEO를 지낸 김준배 사장을 회사에 영입하고 한온시스템 출신의 CFO도 영입해 신임 경영진 구축에 공을 들였다. 이어 LG그룹 출신의 생산본부장을 영입해 생산망 정비에도 힘을 쏟았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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