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체 사업체의 8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기반이지만, 여전히 금융 서비스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월 매출 1000만 원 이상의 디저트 가게나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전통적인 신용평가 모델 기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아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신용평가 기준이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디사일로는 뱅크샐러드, 한국신용데이터(KCD)와 함께 동형암호 기반의 소상공인 특화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마이데이터 종합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뱅크샐러드는 개인 마이데이터를 통해 수집한 보험 가입 및 금융 투자 내역을, 한국신용데이터는 캐시노트 앱을 통해 수집한 개인사업자 매출·매입 데이터를 제공한다.
국내 유일의 동형암호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전문기업인 디사일로는 본 사업의 핵심 기술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
박준홍 디사일로 부대표에게 이번 사업의 배경과 기술적 접근, 그리고 소상공인 금융 포용을 향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에 진행하시는 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 사업은 소상공인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디사일로를 비롯해 뱅크샐러드, 한국신용데이터(KCD), 신용평가사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금융 거래 데이터를, KCD는 사업장의 매출·매입 관련 데이터를,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정보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서로 다른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해, 소상공인의 실제 상환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대출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포용 금융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동형암호’가 새로운 키워드 같습니다. 동형암호 기반의 평가 방식은 어떤 차별점을 갖나요?
“기존에는 기관 간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원본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야 했습니다. 다른 기관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니 데이터 보유 기관들의 데이터 소유권이 불분명해지거나,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안 이슈도 염려해야 했죠. 하지만 동형암호는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복호화 과정 없이 데이터 통합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각 기관이 데이터 원본을 외부 기관에게 노출시키지 않고도 데이터 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죠.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으로서의 데이터는 그대로 지킬 수 있고,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 평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데이터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며 공정한 평가에 기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동형암호 기반 분석 인프라를 실제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술 파트너입니다. 각 기관의 데이터가 절대 유출되지 않으면서도 분석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구조를 실현 가능하게 만든 셈입니다.”
이런 대안 평가 모델을 구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왜 이런 모델이 필요한가요?
“앞서 말했듯,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85%를 차지할 만큼 경제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소상공인의 약 40% 이상이 100점 기준, 10점 이하의 신용 재무등급점수를 받아보는 등 여전히 금융 서비스에서는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상공인에 특화된 지표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특화 대안 평가 모델을 구축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대안평가모델을 위해선 소상공인 특화된 지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상공인 특화 지표를 발굴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소상공인의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업장의 실제 매출 신고 데이터, POS 단말기에 축적되고 있는 실시간 매출이나 배달 데이터, 업장에 방문한 고객의 리뷰 데이터, 임대료 결제 데이터 등 다양한 이종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소상공인의 실제 사업 능력과 상환 능력을 훨씬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이 데이터들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데이터들이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째는 법적 리스크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했다가 유출사고라도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해요. 둘째는 경쟁 우위 문제입니다. 각 기업은 보유 데이터를 핵심 경쟁력으로 보기 때문에 외부 공유를 꺼립니다. 셋째는 기술적 인프라 부족입니다. 이렇게 분산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결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소상공인 신용평가 문제를 기술로서 해결한 사례가 있나요?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례로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홍콩응용과학기술연구원(ASTRI)에 의뢰해 개발한 소상공인 대안신용평가 모델이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맛집 리뷰 플랫폼, 물류 플랫폼 등이 참여했는데, PET 기술을 활용해서 각 기관의 매출, 거래, 평판 등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지 않고도 통합 신용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이를 통해 기존에 신용정보가 부족했던 소상공인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실제로 신용평가 모델의 정확도도 기존 대비 약 15% 향상됐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마이데이터 2.0’ 정책이 화두인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마이데이터 2.0은 금융 데이터 활용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조회 중심’에서 ‘활용 중심’ 시대로의 전환이죠. 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고부가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려는 방향입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거죠.”
이런 정책적 변화에 맞는 구체적인 기술적 방안이 있나요?
“이런 정책 변화 속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데이터를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동형암호가 이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기술적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형암호 기반의 소상공인 대안신용평가 모델’ 역시 마이데이터 2.0 정책이 추구하는 ‘보안과 활용의 양립’이라는 목표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사일로는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여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마이데이터 2.0 같은 정책 목표가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다행히 지금 우리는 제도와 기술, 시장의 세 축이 동시에 변화의 흐름에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 서 있어요. 정부는 마이데이터 2.0과 같은 정책을 통해 데이터 활용과 보안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저희 같은 기술기업들은 동형암호를 포함한 Privacy Enhancing Technologies라는 혁신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들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새로운 모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요. 특히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신뢰를 쌓고,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일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죠. 하지만 변화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결국 소상공인에게 더 공정한 금융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기술 혁신, 정책 지원, 금융기관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일이에요.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완성된 답을 찾기까지는 더 많은 시도와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희 디사일로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기술적 해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습니다.”
현재 디사일로, 뱅크샐러드, KCD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동형암호 기반 소상공인 대안 신용평가 모델’은 12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소상공인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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