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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EV 개발의 '비밀'…남양연구소 가보니 [현장+]

입력 2025-07-24 08:30  


영하 30도 추위와 영상 50도 무더위 상황을 모사할 수 있는 극한의 환경, 풍동 챔버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차갑게 식기를 반복하던 전기차(EV)가 눈과 비바람을 맞으며 다이나모 위를 쉬지 않고 달린다. 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향한 땀방울을 흘리는 이곳은 바로 현대차·기아의 ‘남양기술연구소’다.

EV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상품성을 앞세워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이러한 전동화 경쟁력의 핵심 시설인 남양기술연구소의 꽉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남영기술연구소 견학을 통해 글로벌 전동화 시장 확장을 주도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남다른 행보를 엿볼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3일 남양기술연구소의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을 공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거점인 남양기술연구소는 1996년 설립됐다.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전 차종을 개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로도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기아의 모빌리티 개발 산실인 남양기술연구소의 다양한 연구개발 시설 가운데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연구하는 '환경시험동' △자동차 풍동 시험을 진행하는 '공력시험동'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차량의 감성 품질을 구현하는 'NVH동' △차량의 핸들링 및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성능개발동'을 취재했다.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 성능 검증
가장 먼저 둘러본 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차량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차량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성능을 연구한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온도, 습도, 풍속, 밝기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고 차량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환경 풍동 챔버는 시험 환경에 따라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돼 차량의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50℃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하며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열효율 향상을 넘어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고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 6 N의 차량 평가 검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오닉 6 N은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위에 고정된 채 시속 50km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차량 위로는 수많은 조명 장치에서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는 솔라(Solar)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로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모사한다. 챔버 내 기온은 무려 50℃, 주행풍 속도는 시속 50km를 가리키고 있다. 주행 중인 차량 안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이 탑승하고 있었다.

송대현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서멀 마네킹은 실제 사람을 대신해 차량 내부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장비“라며 ”에어컨 송풍구 위치나 공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실내 쾌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찜질방 같았던 고온 환경 풍동 챔버를 벗어나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에 도착하자 한기가 몰려왔다. 이곳에는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구동되고 있어 갑자기 겨울로 순간이동한 기분이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영하 30℃로 설정돼 있었고 현대차 아이오닉 9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차량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강설이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했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아울러 프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저항계수 낮춰라"…주행거리 경쟁 치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1회 충전으로 더 나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와 공기역학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제조사들은 공기저항계수(Cd, Coefficient of Drag)를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력시험동은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공력 성능을 정밀하게 평가하고 개발하기 위해 특수설계된 연구 시설이다. 이 공간에는 대형 송풍기,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들이 집약돼 있다.

이 중 가장 압권은 대형 송풍기였다.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200km/h까지 재현할 수 있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의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실제로 100km/h 속도의 바람을 만들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약 54dB 수준으로 일반 사무실 정도의 정숙함을 유지한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날 공력시험동에서는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이 차는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로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이 0.19에서 0.1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던 여러 공력 기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함께 연동해 작동하는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디퓨져였다.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리어오버행 길이가 40cm 연장되는 장치다.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이어 ‘에어로 챌린지 카’에 연기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유동 가시화 시험’도 진행됐다. 각각의 기술이 작동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기했다.

박상현 공력개발팀 팀장은 “전기차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1회 충전 주행거리(AER)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외관 디자인부터 차량 하부 설계, 공력 신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NVH, 탑승자 만족도 결정 핵심 요소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행 중 느끼는 정숙성과 편안함, 즉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은 탑승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탑승자가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NVH 성능을 차량 경쟁력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차량이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시험실 내부는 두꺼운 흡음재로 벽면이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험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는데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연구원들은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노면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로드노이즈 시험 목적은 소음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설계와 소재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소음원을 줄여나가기 위한 것이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발생한 작은 진동이 현가장치나 차체 구조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한다.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음향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몰입음향 청취실은 실제 차량에 탄 듯한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도로 환경 속에서 주행 상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데 이와 동시에 돌비 애트모스(7.1.4채널)와 4차 앰비소닉(25채널)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몰입음향 청취실은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앰비소닉 모드는 측정된 공간의 음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실제 주행 환경과 가장 유사한 음향을 구현하며 돌비 애트모스는 엔터테인먼트 음향을 개발할 때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주행 중 실내 유입음, 로드노이즈 등 다양한 NVH 성능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정교한 데이터로 세계최고 수준 주행성능 구현"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R&H성능개발동이었다.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차량 하중 증대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차량의 주행 성능을 결정하는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해당 시험기는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또한 드럼 위에 작은 클릿(Cleat)을 부착해 타이어가 요철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본 시설은 타이어 특성 시험기였다. 이 시설은 타이어의 강성과 접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살펴본 시험기와 다른 점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린다는 점이다. 이처럼 회전하는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을 변화시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힘과 반응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시험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는 차량 시뮬레이션용 가상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이어 차량의 핸들링 특성을 연구개발하는 핸들링 주행시험기를 살펴봤다. 거대한 기계 장치 위에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그리고 차량 앞에는 12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의 주행 환경이 그대로 표시됐다. 시험이 시작되자 코나 일렉트릭은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고 마치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차량의 선회 상황을 재현했다. 이는 차체와 지면간의 미끄러짐 각도(Slip angle)를 구현해 핸들링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둘러본 시설은 승차감 주행시험기였다.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량 반응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플랫 벨트와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성된 시험기는 실제 도로의 노면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 타이어 접지면에 전달한다. 플랫 벨트 위에는 차량이 아닌 아이오닉 5의 후륜 차축 모듈(리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로 구성)만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플랫 벨트가 회전하면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위에 올라간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시험기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반응했다.

초당 최대 40회까지 입력이 가능한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부드러운 아스팔트부터 요철이 많은 도로까지 여러 주행 환경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차량뿐만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정종민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면 날씨나 운전자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시설은 그런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23만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전용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가 누적 100만대를 돌파하며 전동화 전환의 상징적 이정표를 세웠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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