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라이벌은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주로 일본 차다. ‘졸면 죽는’ 치열한 경쟁에서 쏘나타가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요인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2만7500달러·약 3790만원)이다. 캠리(2만8400달러)와 어코드(2만9390달러)보다 3.3~6.9% 저렴하다.
하지만 23일 미·일 관세협상 타결로 일본 차 관세가 한국 차와 똑같은 25%에서 15%로 떨어져 관세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할 경우 충남 아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쏘나타는 오히려 ‘비싼 차’가 됐다. 1주일 앞으로 시한이 다가온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 차 관세가 일본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최대 수출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에 판매한 차량 171만 대 중 100만 대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이다.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은 42%(71만 대)에 그쳤다. 한국GM도 지난해 생산량(49만 대)의 84.8%가 미국행 선박에 실렸다.
일본 차는 한국에 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다. 도요타의 지난해 미국 현지 생산·판매 비중은 55%였다. 전체 233만 대 중 127만 대를 미국에서 만들었다. 혼다는 더 높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142만 대)의 72%(102만 대)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했다. 한국 차가 일본보다 ‘관세 폭탄’에 더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증권가에선 이런 이유로 현대차·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7%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본과 같은 수준(15%)으로 관세를 낮추면 한국 차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은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로 일본과 달리 수입관세(2.5%)가 없는 만큼 12.5%까지 대미 자동차 관세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월 3500억~4000억원)와 기아(월 2500억~3000억원)를 합쳐 월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이 35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관세 인하 기대로 이날 현대차(7.51%)와 기아(8.49%) 주가는 상승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인하되지 않으면 일본은 한국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인다.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을 인수해 미국 내 공급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US스틸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418만t으로 일본제철(4364만t)의 3분의 1수준이다. 2028년까지 11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증산도 추진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이 한 곳도 없다. 현대차그룹이 포스코와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029년에나 완공된다.
철강업계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인하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t당 81만원 수준이지만 물류비(t당 50달러)와 관세를 더한 미국 판매가격은 t당 130만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t당 120만원 안팎인 미국산 열연 강판보다 7% 이상 비싸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277만t을 수출해 47억달러(약 6조4808억원)를 벌어들인 대미 철강 수출길이 완전히 끊길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을 최소한 25%까지 낮춰야 미국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김우섭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