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부터 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축해 둔 ‘비관세 재고’ 소진에 따른 관세 부담이 본격화하고 미국의 전기자동차 세제 혜택 폐지 등이 예고된 만큼 현대차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일 관세 협상 타결로 일본차 관세가 15%로 떨어진 점도 미국에서 도요타·혼다 등과 경쟁 중인 현대차엔 악재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5.8% 감소한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미국 관세 비용 탓에 줄어든 영업이익만 8282억원이었다.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8282억원)이 없었다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4298억원으로, 역대 최대인 지난해 2분기(4조2791억원)를 넘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판매 확대 차원에서 인센티브 비용을 늘리고 판매 믹스가 악화한 것도 영업이익 7400억원을 깎아먹었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평균 1404원)이 작년 2분기보다 2.4% 오른 덕에 영업이익 6320억원을 벌충했다.
매출은 미국에서의 선전과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48조28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7.3% 많아졌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매출은 늘어나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2% 낮아진 7.5%에 그쳤다.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늘어난 106만5836대를 기록했다.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 9 등 신차 효과를 앞세운 내수(18만8540대) 판매는 1.5% 증가했고, 해외 판매(87만7296대)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0.7%로 집계됐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전년보다 36.4% 늘어난 26만2126대 팔렸다.
현대차는 관세 여파에도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유지하고 있다.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재료비·가공비를 절감하고, 부품 공급처를 변경해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며 “미국 판매가격 인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미 자동차 관세가 일본 수준(15%)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최대 수출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비중이 42%로, 도요타(54%)와 혼다(72%)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관세율마저 일본차보다 높을 경우 가격 경쟁력 저하는 당연한 수순이다. 증권가에선 25%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관세 부담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보형/신정은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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