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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부자에 열광하면서 동시에 분노할까

입력 2025-07-25 15:47   수정 2025-07-25 15:56



수세기 동안 부자는 선망의 대상이면서 지탄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슈퍼 리치'가 먹고 마시고 사고 타는 것을 모방하는 한편,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비판한다. 고정불변의 계급과는 다르다. 부(富)는 특권인 동시에 목표다. 한 마디로, 사람들은 부자를 궁금해 한다.

이탈리아 경제사학자 귀도 알파니가 최근 국내 출간한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부자에 대한 뿌리 깊은 애증을 역사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여러 세기에 걸쳐 부자란 누구이고, 어떻게 그들이 부자가 됐으며,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또 어떤 비판을 받았는지 분석한다.

역사학자 특유의 성실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생생한 사례가 이어진다. 로마 네로 황제 통치 기간에는 여섯 명의 부자가 튀지니부터 리비아 해안에 이르는 영토의 절반을 소유했다. 그 당시 최고 부자는 그리스 노예 출신이었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팔라스로 추정되는데,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에 따르면 팔라스의 개인 재산은 3억 세스테르티우스(고대 로마의 화폐 단위)로 아우구스투스 황제 일가가 소유했던 자산 규모를 앞질렀다.

책은 단순한 '부자 열전'이 아니다. 책은 '부(富)'를 정의하며 출발해 역사적 부자들을 살피고 부의 사회적 의미를 짚는 데까지 도달한다. 부자는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대를 초월하여 비교할 때, 부자들의 절대적인 재력보다는 부자 분포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성원들을 비교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특정 시대 억만장자의 이름을 나열하는 대신에, 각 시대의 경제·사회 구조 그리고 부의 원천이 변화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이어 부의 불평등 문제까지 나아간다.

중세 시기 유럽에서 교역과 상업의 혁신은 부자가 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해상 무역의 발전으로 상인들은 거대한 부를 쌓았고, 귀족 계급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지역 안팎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프랑스 신학자 니콜 오렘은 이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책의 원제 '인간들 사이의 신처럼(As Gods Among Men)'이 여기서 나왔다. 자본주의의 탄생과 발전을 이끈 '경제 엘리트층'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세습과 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유지했다. 종교적 질서 아래 '탐욕스러운 죄인' 취급을 받자 재산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그 질서에 편입되기도 했다.

부는 역사적으로 소수에게 집중돼왔다. 일시적으로나마 예외를 만든 건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흑사병'이었다. 전염병은 실질 임금 상승을 촉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부동산이 나오자 부의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 근대 국가의 세금 체계, 18세기 산업혁명과 금융업의 부상 등은 다시 격차를 심화시켰다.

봉건 질서에서 벗어난 뒤에도 부자들은 죄인 취급을 받는다. 책은 그 분기점을 장 자크 루소가 1754년 발표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찾는다. 이후 '정의'와 '평등', 특히 경제적 평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부자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대해 책은 "이 사회적 난제에 만일 해결책이 있다면, 서구 문명은 아직 그것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다만 역사적으로 부자들은 후원자, 자선가, 기부자, 납세자의 얼굴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 남았다.

책이 부유층을 향해 긴급하고 정당한 필요가 있을 때 공공이 사용할 수 있는 '돈 곳간'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서구 부자만을 다룬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아는 한 세계 다른 지역에는 특별히 부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문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지만 서구 역사학자의 한계로 보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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