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후보 교체 시도'를 주도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권영세 의원과 대선선관위원장 및 사무총장이었던 이양수 의원에 대한 '당원권 3년 정지' 징계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청구했다. 이는 현실화한다면 2028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후보 교체 시도 사태는 권영세 지도부가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후보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다 무산됐던 것을 말한다. 권영세 지도부는 지난 5월 10일 당시 김문수 후보가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약속해놓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당헌 74조 2항'을 내세우며 후보 교체를 위한 당원 투표를 진행했다.
이 규정은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 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권영세 지도부는 김 후보가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거부한 것이 이 조항의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이 나와 부결됐다.

당무감사위는 이 사태 책임이 권 의원과 이 의원에게 있다고 보고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유 위원장은 먼저 권영세 지도부가 앞세운 당헌 74조 2항에 대해 "해당 규정의 제정 경위와 문구 해석을 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당헌에 규정된 대통령 후보 선출 방법을 다소 수정할 수 있도록 최고위나 비대위에 재량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며 "상정하지 않은 절차 완화의 조건을 적용한 것은 당헌·당규에 근거가 없는 불법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후보 교체가 이뤄진 시각을 두고도 문제 삼았다. 당 지도부는 5월 10일 새벽 3~4시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고, 이에 한 전 총리 측은 곧바로 국회 본청에 준비된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유 위원장은 "새벽에 한 시간 동안만, 그것도 한 전 총리에 미리 연락해서 서로 준비하고 접수하기로 한 것은 당헌·당규 근거 없이 한 것"이라며 "정상적 상식을 가진 당원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 사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징계를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5월 10일 새벽에 (김 후보 선출을 취소했던 비대위와 선관위 회의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비대위원, 선관위원 다 책임이 있다"면서도 "당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너무 광범위하게 징계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논의가 있었고, 두 사람 징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선 "적어도 저희 판단으로는 권성동 의원이 다른 비대위원과 달리 특별히 선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장만큼 책임질 만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고 논의됐다"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무감사위의 이번 중징계 청구를 '친한동훈계 대 친윤석열계(이하 구주류)'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로 유 위원장이 한동훈 지도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주류에서는 당무감사위가 지난 6월 후보 교체 시도를 감사 안건으로 올렸을 때부터 유 위원장이 한 전 대표가 임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당무감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 왔다. 권 의원이 중징계 청구 직후 페이스북에서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배후설을 제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의원도 '표적 징계'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무감사위는 이번 사안만을 과도하게 문제 삼고 있다"며 "더욱이 이번 사안 못지않은 중대 현안들에 대해서는 현 위원장 임기 내내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조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이미 크게 훼손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무감사위에 요청한다. 저 역시 권영세·이양수 두 분과 함께 징계 회부하라. 표적 징계 역시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징계가 현실화한다면 두 의원은 차기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지 못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도 사실상 잃게 된다. 권 의원은 서울 용산, 이 의원은 속초·인제·고성·양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당협위원장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 해당 지역구는 '사고 당협'이 돼, 위원장 재공모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구주류 일각에서는 이번 당무감사가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과 관련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구주류 관계자는 "당무감사위가 검찰처럼 이렇게 (당원권 정지 징계 중) 최고형을 구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공은 이제 윤리위로 넘어갔다. 당 내부에서는 윤리위가 당무감사위가 청구한 징계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윤리위원장인 여상원 전 판사가 올해 초 권영세 지도부에서 임명된 인사일 뿐만 아니라 청구된 징계 수위가 차기 총선 출마와 직결되는 중징계인 만큼, 수위 조절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목소리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9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의 3분의 2 이상은 당외 인사가 맡게 돼 있다. 안건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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