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로 넘어온 사람이 있다면 아마 배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2000원대 후반이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져서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15년 7월 24일 배추(상품) 소매가격은 포기당 2812원이었다. 올해는 지난 24일 기준 포기당 5436원으로 5000원을 넘겼다. 올 여름 배추 한 포기 값이면 10년전에 두 포기를 살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굳이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소비자들 중엔 “요 며칠간 배추값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는 반응이 많다. KAMIS에 따르면 7월 배추 가격은 3639원(초순)에서 4642원(중순), 5284원(하순·27일 기준)으로 올랐다. 한달 새 가격표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최근 배추가격 흐름을 이해하려면 배추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점부터 알아야 한다. 배추는 크게 봄배추와 여름배추, 가을배추, 월동배추로 나뉜다. 7월은 봄배추 출하가 끝나고 여름배추로 전환되는 시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관계자는 “두 배추는 단가와 출하량에 변화가 있다”며 “이 때엔 가격도 다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봄배추와 여름배추는 생태형은 같지만, 재배지역은 다르다. 원칙적으로 봄배추는 ‘땅끝마을’ 전남 해남부터 충청, 경기까지 모두 재배할 수 있지만, 6월부터는 배추 수확지가 경북 봉화와 문경에서 강원 영월과 평창 등으로 계속 위도가 올라간다. 7월부터는 강원에서도 고도가 높은 쪽으로 수확지가 좁아진다.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0.65도씩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봄배추에서 여름배추로 완전히 넘어가는 7월말~8월초가 되면 강원도에서도 고도가 600m는 넘어야 배추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여름배추는 봄배추에 비해 동시 출하가 가능한 재배지도 적고, 생산지대도 높아 소비자 가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름 배추는 봄배추보다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다. 고온을 견디려면 사이즈가 작을수록 유리해서다. KREI 농업관측센터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노지봄배추는 3621㏊에서 27만3000t 생산됐다. 그러나 여름배추는 3697㏊에서 24만9000t 수확될 것으로 예측됐다. 여름배추가 봄배추보다 재배면적은 넓어도 무게는 덜한 셈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의 위승환 농업연구사는 “여름배추의 핵심은 크기나 품질보다 ‘병해충 저항성’”이라며 “반대로 가을로 넘어갈수록 실속있는 배추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 배추는 11월에 나오는 가을배추와 비교하면 포기당 무게가 최대 1,5배까지 차이나기도 한다”며 “봄·여름배추는 생육 기간이 60~70일이지만, 가을배추는 80~90일정도까지 키우는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앞으로 배추가격은 어떻게될까. 업계에선 올해 ‘역대급’으로 늦은 추석이 배춧값엔 ‘축복’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 추석 날짜는 10월 6일로, 2006년(10월 6일) 이후 19년만에 가장 늦다.
과거 가격 데이터를 보면, 추석이 빠를수록 배추가격은 크게 오른다. 추석이 9월 17일이었던 작년엔 배춧값이 포기당 9963원(9월 27일)까지 뛰면서 1만원에 육박했다. 최근 10년중 추석이 가장 빨랐던 2022년(추석 9월 10일)엔 배춧값이 포기당 1만955원(9월 13일)을 기록하며 1만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9월에 배추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농업계에선 배추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을 약 60일 정도로 본다. 환경에 예민한 채소류다보니 사과처럼 연중 보관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6월 초~중순에 주로 저장한 봄배추는 아무리 보관을 잘 해도 8월부터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추석이 다가오면 농가도 출하량을 늘리지만 한계가 있다.
추석이 10월인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농진청 관계자는 “10월엔 늦은 여름배추에 더해 이른 가을배추도 출하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급에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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