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에서 유래한 ‘트로이 목마 작전’이 현대 과학에서 ‘세균 사냥용 항생제 전달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세균은 생존을 위해 철(Fe)이 필수적이지만 체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데로포어(siderophore)라는 특수 분자를 분비해 철을 끌어들이는데, 과학자들은 여기에 항생제를 결합해 세균을 속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세균은 철을 삼켰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죽이는 무기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 전략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에도 적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제약사가 개발한 항생제 세피데로콜(Cefiderocol)이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에 시데로포어 구조를 결합한 이 약물은, 트로이 목마처럼 세균 세포 안으로 침투해 세포벽 합성을 저해해 사멸을 유도한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시데로포어 기반 항생제다. 특히 내성균인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등에 효과가 입증됐다. 또 다른 후보물질 BAL30072는 아직 임상 단계지만 시데로포어 유도체와 강력한 항생제를 결합한 구조로 세균을 속여 침투한다. 철을 가장한 전사처럼 행동하며 내성균에 대한 대안으로 연구 중이다.이 전략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대상으로 할 수 있어 항생제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항생제 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를 차세대 팬데믹으로 경고하며 새로운 항균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시데로포어는 단순한 철 운반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병원성 세균을 속이는 스마트한 생물학적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데로포어 기반 약물이 연구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의 융합을 통해 더 정밀하고 강력한 치료법으로 발전 중이다. 세균이 새로운 저항 전략을 세우기 전에 우리는 시데로포어의 구조를 계속적으로 다양화하고 표적 수용체에 맞게 최적화하는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
또한 인간 대상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데로포어 기반 항생제의 독성, 면역 반응 유발 가능성, 체내 대사 특성 등 다양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상용화된 시데로포어 기반 약물은 제한적이며, 대부분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대량 생산과 저비용 공정 개발 또한 상업적 성공의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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