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업한 스타트업 네 곳 중 한 곳은 정부의 기술기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에 선정됐던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기업들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정부의 기술 스타트업 지원 방향이 더 정교해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중 폐업한 곳은 8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91건)의 45% 수준이지만, 통상 12월에 폐업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폐업 건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폐업은 2022년 101건, 2023년 125건, 2024년 191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폐업한 스타트업 88곳 중 23곳(26.1%)은 팁스 선정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유망 기술기업으로 골라내 예산을 투입한 기업 중 상당수가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팁스는 민간 투자사가 초기 기술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가 자금을 매칭(최대 5억원)해주는 대표적인 기술 기업 육성 사업이다. 올해 팁스 연구개발(R&D) 예산은 4777억원으로 지난해(3411억원) 대비 40% 이상 증액됐다.
폐업한 스타트업 중 팁스 기업 비중은 2022년 15.8%(16곳), 2023년 16.8%(21곳), 2024년 19.9%(38곳)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스프링클라우드는 2020년부터 5년 간 국가 연구개발(R&D) 연구과제를 통해 100억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조달했지만 경영난으로 지난달 폐업을 결정했다. 프리오더 플랫폼 디코드 운영사인 엔코드도 주요 벤처캐피털(VC)로부터 누적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 트라이패스, 아웃도어 플랫폼 와이아웃도 팁스 선정 후 최근 사업을 접었다.
정부 지원을 중점적으로 받은 기술 기업들마저 무너지고 있는만큼 팁스 선정과 관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커진 프로젝트의 덩치를 관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팁스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운영사 운영사가 추천권을 빌미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선정된 팁스 운영사의 기업 추천권 누적 소진율은 이전(2013~2021년)보다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운영사의 창업기업당 평균 투자액도 2억1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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