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 수입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30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여당 의원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에 모여 구호를 외치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수입 반대 주장을 협상 지렛대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인 임미애 의원과 같은 당 문금주·문대림·서삼석·송옥주·신정훈·윤준병·이병진 의원 등은 이날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넘쳐난다. 개방 압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런 입장을 담은 항의 서한을 미국대사관에 발송했다. 의원들은 당초 대사관에 직접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대사관 측이 전달 방식에 반발해 우편 및 이메일을 통해 전했다.
임 의원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요구는 자칫 미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번질 수 있어 소탐대실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쌀은 현재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중 3분의 1이 미국에 배정돼 있는데 그 이상을 강요하는 건 상호 호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미국의 통상 요구는 식량 주권과 농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정부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참가자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 5대 무역국 중 하나”라며 “이런 대한민국에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라는 건 깡패”라고 했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도 한목소리로 미국 측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반대했다. 정 의원은 지난 27일 TV 토론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30개월령 이후의 소고기 수입 제한만큼은 지켜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도 “30개월령은 광우병 관련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농축산물 수입 확대 반대 주장을 통상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협상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미국이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미국을 자극해 협상을 꼬이게 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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