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배임죄 관련 제도 개선과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것은 최근 기업인들과의 연쇄 회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기업인들은 회동에서 경제 법률의 형사처벌이 과도해 경영상 고충이 많다는 점을 호소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 사이에선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잘못되면 감옥 간다” “한국 지사에 배치되면 그만두겠다”는 얘기가 많다는 것도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인이 한국 투자를 꺼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배임죄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상당히 걱정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콕 집어 언급한 배임죄는 기업 경영인, 직원 등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기고 이익을 취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때 적용된다. 그동안 경제계에선 배임죄 때문에 기업인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소극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과 영국엔 배임죄가 없고, 일본과 독일은 배임죄가 있지만 경영상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뢰에 위반됐다는 이유로 경제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국제 표준에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배임죄 완화뿐 아니라 다른 경제 형벌도 합리화하라고 지시했다. 경제형벌합리화TF 구성을 지시한 이유다. 김 실장은 “각 부처가 경제 법령 처벌 조항을 전부 조사해 정비하겠다”며 “(경제 형벌과 관련한) 논의가 모여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제도가 제대로 개선되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역 균형 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균형 발전, 지역 균형 발전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 됐다”며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공정한 성장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 모든 문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노동 시장 이중 구조 문제도 해결하고, 대·중소기업 또는 원·하청 기업 간 상생 협력도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이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뉜 노동 시장 이중 구조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노동 시장 이중 구조 고착화는 저출생, 생산성 저하,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동 시장을 유연화할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김형규/이광식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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