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반도체 사업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영업이익은 1년 사이 93.8%, 6조1000억원 감소한 약 400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이 기간 28조6000억원에서 27조9000억원으로 2% 줄었다.
DS부문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면 2023년 4분기 2조2000억원의 적자를 낸 뒤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 6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같은 해 3분기 3조9000억원, 4분기 2조9000억원, 1분기 1조1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의 재고 축적에 따라 충당금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는 HBM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고 파운드리는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으로 재고 충당금이 발생해 실적이 떨어졌다는 것. 미국은 앞서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시스템LSI는 갤럭시Z플립7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공급해 매출이 늘었는데도 첨단제품 개발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됐다.
재고평가 충당금은 재고 가치가 내려가 당초 시장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하락분을 미리 반영하는 비용과 같은 개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넘지 못한 HBM3E 12단 개선제품 이전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메모리에서 영업이익이 3조원대를 기록했고 파운드리·시스템LSI이 2조원 후반대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당사 실적도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엔 반등하는 상저하고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며 "DS부문은 근본적인 기술경쟁력 회복에 전사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의 경우 모든 응용처에 걸쳐 수요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HBM3E와 같은 제품뿐 아니라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LPDDR5x, 24Gb GDDR7 등을 중심으로 AI 서버용 제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HBM4 적기 대응으로 반등 기회를 노린다. 'HBM 사업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것. 삼성전자의 2분기 HBM 판매량은 직전 분기보다 약 30% 증가했다. 이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후반대로 확대됐다.
하반기엔 HBM3E 판매량을 상반기와 비교해 상당 수준 늘릴 계획이다. 고객사별로 양산 승인 완료와 함께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HBM3E가 전체 HBM 판매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90%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BM3E 12단 개선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 HBM4 양산을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1c 나노 공정 기반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며 "이전 세대인 HBM3E 대비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2026년 HBM4 수요 본격화에 맞춰 적기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고 이를 위해 1c 나노 케파 확대에 필요한 투자를 지속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는 8세대 V낸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서버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고용량·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를 확대한다. 시스템LSI는 내년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군 진입을 목표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초고화소·저조도 화질 개선 기술인 나노프리즘을 적용한 신제품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낸다.
무엇보다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역대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관련 매출은 2027~2028년에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형 고객사 확보를 통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파운드리에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다. 이 계약으로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칩인 AI6를 생산하는 만큼 현지 투자 등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발표 예정인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반도체 파생제품 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한미 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상무부)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당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사 결과, 반도체 관련 한미 양국 간 협의 결과 등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당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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