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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대재해가 대출 기준이 될 때 부작용

입력 2025-07-31 17:35   수정 2025-08-01 00:04

“(기업대출에서) 비재무 항목 평가 시 중대재해 부분을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 제안이 아주 재밌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돈줄’을 조이면 기업 스스로 안전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여기엔 냉정하게 살펴볼 부분이 적지 않다. 은행이 규제와 처벌의 도구가 될 때 금융시스템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본령은 기업의 경영 상태와 위험 수준을 평가해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지나치게 반영되면 정치적 고려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자금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 중대재해로 기소된 기업과 경영진이 무죄를 받는 사례도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지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에는 타격이 더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에서 일어난 중대재해는 146건이었다. 이 중 50인 미만 소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절반(74건)을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이야 자금력이 있어 대출 불이익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도치 않은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중대재해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전체 중대재해(553건) 중에서 건설업에서 터진 중대재해는 49.2%(272건)였다.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 많고, 다단계 하도급과 일용직 위주의 고용 구조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특히 대출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생존의 열쇠다.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금융사가 대출을 제한하거나 금리를 높인다면 일부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금융 페널티가 안전 개선으로 이어지기 보다 공급 차질, 분양 지연,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은 지금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도 등 비재무적 요소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의 경우 단발성 사고로 기업에 직접적이고 과도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대재해 예방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겠냐”면서도 “금융사에 행정적·사법적 역할까지 맡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안전이라는 명분을 들이밀며 은행을 움직이기 전에 그 대가가 무엇인지부터 따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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