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31일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한국이 미국에 총 4500억달러(약 625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일(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관세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상호 무관세’가 근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폐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관세 협상단과 면담한 뒤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한국이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업 부흥(MASGA)과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돕는 조선업 협력 펀드다. 여기에 한국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어치 LNG 등 미국산 에너지 구매도 약속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를 기존대로 50%로 유지하고, 한국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 양국은 2주 안에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와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방위비 등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이번 합의로 한국은 당장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자동차 품목 관세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EU, 일본의 기본 관세인 2.5%포인트만큼 우대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12.5%의 자동차 관세를 마지막까지 주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며 “한·미 FTA가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합의는 소나기를 피한 것”이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비관세 장벽 개선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28% 하락했다.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경쟁국보다 2.5%포인트 낮은 관세 우위가 사라진 현대자동차와 기아 주가는 4.48%, 7.34% 급락한 반면 조선주는 한·미 협력 기대로 급등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13.43%, 4.14% 올랐다.
김대훈/워싱턴=박신영 특파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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