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다. 일본이나 독일 차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디자인에 더해 ‘착한 가격’이 현대차·기아를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메이커(2004년 69만 대→2024년 171만 대)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현대차 아반떼 가격(2만2125달러·약 3051만원)은 폭스바겐 제타(2만2995달러)보다 3.8% 낮고, 쏘나타(2만6900달러·약 3740만원)는 도요타 캠리(2만8400달러)에 비해 5.3% 저렴하다.

비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있다. ‘25% 관세 폭탄’ 전까지 한국산 자동차는 FTA 덕분에 관세가 0%였다. 반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산과 유럽산은 2.5% 관세를 물었다. 이 차이가 한국 차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안겨줬다. 하지만 8월 1일부터 한국 일본 유럽 모두 15% 관세를 내면서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은 2.5%만큼 떨어지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살아남으려면 실질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2.5% 더 부과된 관세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근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선 미국의 수입차 품목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부담이 3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관세율 하락으로 현대차·기아의 관세 부담액이 9조3430억원에서 5조6060억원으로 39.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생산 물량의 85%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의 36.5%(82억2200만달러)를 미국에 수출한 부품업계도 관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도요타는 전체 판매량 233만 대 중 127만 대(55%)를 미국에서 만들었고, 혼다는 72%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했다. ‘무관세 차량’이 많은 일본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한국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유럽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고급차가 주력이란 점에서 관세 비용을 차값에 반영하는 게 한국보다 쉬운 구조다. BMW(사우스캐롤라이나)와 벤츠(앨라배마)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관세 타격도 거의 없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GV70을 뺀 나머지 차량을 울산공장에서 제조해 수출한다.
김보형/양길성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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