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이자를 ‘돈을 빌려 쓴 대가’라고, 금리(이자율)는 ‘돈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자를 죄악시하는 관념 또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돈이 돈을 버니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고대에도 이자는 존재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인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 점토판에 이자 얘기가 있을 정도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에는 곡물을 빌렸을 때 33%의 이자를 얹어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돈이 없어도 이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혹은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불완전한 설명이다.
이자의 본질은 그것이 시간 선호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은 같은 재화라면 나중에 갖기보다 지금 소유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아파트 한 채를 지금 소유하는 것과 10년 후에 갖는 것 중 10년 후에 갖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좋아하는 것이 시간 선호다.
만약 A에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쌀이 있고 B에겐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하다고 해보자. A가 B에게 남는 쌀을 빌려주고 1년 뒤 갚게 하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된다. 다만 한 가마니를 빌리고 1년 후 똑같이 한 가마니를 갚게 한다면 시간 선호에 의해 A가 손해다. 이때 현재 재화와 미래 재화의 가치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이자다. 1년 뒤 쌀 한 가마니에 쌀 한 말을 더해서 갚게 한다면 지금 쌀을 빌려줄 유인이 생긴다. 이자는 가진 자의 탐욕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간 사회의 자연발생적 산물이다.
이들이 만나는 시장을 경제학에서는 대부자금시장이라고 한다. 이 시장의 가격이 금리다. 다른 시장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리는 대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돈을 빌리려는 수요와 빌려주려는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대부자금설이라고 한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중시하는 고전학파의 금리 결정 이론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조금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케인스는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 더 많은 돈을 갖고 다녀야 물건값을 치를 수 있으니 화폐 수요가 증가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에 저축했을 때 받는 이자가 늘어나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화폐 수요는 감소한다.
케인스는 화폐 수요는 물가와 금리,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화폐 공급은 중앙은행 정책에 의해 일정하다고 봤다. 이렇게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유동성 선호설이라고 한다.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라고 하는 데도 함정이 있다. 저신용층 대출이 많은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큰 경향이 있다. 일률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줄이라고 하면 은행은 금리가 높은 저신용층 대출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팔을 비틀어 얻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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