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과 일본의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동일하지만 실적 개선 효과는 한국 자동차 업체가 일본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에 비해 미국 공장 생산 비중이 낮은 편이어서 관세 부담 실질 효과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미 FTA 덕분에 무관세였던 한국차 관세는 15%로 오른 반면 기존 2.5%였던 관세가 15%로 인상된 일본은 12.5%만 올랐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국차에 불리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4일 NH투자증권이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판매한 차량 91만2000대 가운데 39만2000대만 앨라배마 등 미국 공장에서 만들었다. 현지 생산 비중이 43.0%에 그친다.
기아도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12만4000대를 제외한 순수 미국 생산량은 33만3000대로 현지 판매량(79만6000대)의 41.8%만 현지서 생산했다.
일본 도요타는 미국 판매량 233만3000대 가운데 52.3%인 121만9000대를 미국서 만들었다. 혼다는 142만4000대 중 114만4000대(80.3%)를, 닛산도 92만4000대 중 58만8000대(63.6%)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 비중은 42.5%(170만8000대 중 72만6000대)인 반면 일본 빅 3의 현지 생산 비중은 63.0%(468만1000대 중 295만1000대)로 20%포인트 넘게 높다.
미국 판매차량의 수입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가 대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NH투자증권은 일복 빅3 가 대미 자동차 관세 인하(25→15%)로 절감한 금액은 18억4000만달러로 작년 3사 합산 영업이익의 3.6% 수준으로 분석했다.
반면 현대차·기아가 관세 협상으로 절감한 금액은 18억6000만 달러로 작년 양사 합산 영업이익의 9.4%로 추산된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관세 부담액이 아닌 수익성 대비 관세 부담 수준을 비교하면 일본 빅3에 비해 한국 업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완성차 업체의 경우 미국 관세 이후 오히려 점유율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 대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현대차(8.1%) 기아의 영업이익률(11.8%)은 도요타(11.9%)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중 가장 높다.
도요타의 경우 63억달러로 추산되는 관세가 작년 영업이익의 17%에 그친다. 현대차(16.3%)와 기아(19.1%)도 20%를 밑돈다.
반면 미국 생산 비중이 높은 포드나 일본 닛산은 작년 영업이익률이 2.8%와 4.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 대비 관세 부담 비중이 58.2%와 38.9%에 달한다. 실제 경영에 미치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높은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4월 3일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 이후 미국 공장 생산 비율이 낮은 스바루와 미쓰비시 등이 차값을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포드 역시 일부 모델 차값을 올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는 영업이익률 등 원가 경쟁력이 높은 만큼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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