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들은 남는 쌀을 사들이는 기준을 정부가 아니라 법률 및 양곡위원회가 정하는 형태였다. 쌀을 사들이는 주체는 정부로 한정했다.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수요 대비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작년 12월 정부로 넘어온 양곡법 개정안은 양곡위원회가 정한 기준 이상으로 쌀 가격이 내려가면 쌀을 매입하도록 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개정안은 ‘양곡위원회가 매입 등을 포함한 수급 안정 대책을 실시한다’고도 규정했다. ‘매입 등’이란 문구를 추가해 다른 수급 안정 대책을 쓸 수도 있다고 정함으로써 정부 의무 매입 조항을 사실상 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30년 정부가 쌀 매입비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재정 부담이 5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준가격을 완화해 농산물가격안정제가 발동할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작년 12월 한 전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농안법 개정안은 평년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생산 비용과 수급 상황을 고려하도록 했다. 생산 비용은 대체로 시장가격을 크게 밑돌기 때문에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쌀 20㎏당 생산비는 3만2907원이지만 농민 입장에서의 시장가격인 산지 쌀값은 4만6175원으로 생산 비용이 시장가격보다 1만3000원 이상 낮았다. 정부가 최근 10년간 가격을 토대로 쌀과 5대 채소(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격안정제가 발동된 경우는 건고추에 대해서만 약 3회에 불과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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