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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되니 재정 걱정…양곡법서 '독소조항' 뺐다

입력 2025-08-05 17:46   수정 2025-08-06 01:50

더불어민주당이 ‘농업 4법’ 중 핵심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원인인 ‘독소조항’을 사실상 뺀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 재정 부담을 감안한 전략적 후퇴란 평가가 나온다.

◇양곡법 재정 부담 65% 줄어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은 ‘쌀 의무 매입’의 1차 결정권을 정부에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개정안은 정부가 먼저 대통령령으로 쌀 초과 생산량과 쌀값 하락의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생산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는 이 범위 안에서 초과 생산량 및 가격 하락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양곡위원회가 매입 등을 포함한 대책을 세우고, 정부는 이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시행령에서 초과 생산량 기준을 5~8%로 정하면 양곡위원회가 7%로 특정하고, 초과 생산량이 이를 넘으면 양곡위원회가 수립한 대책을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들은 남는 쌀을 사들이는 기준을 정부가 아니라 법률 및 양곡위원회가 정하는 형태였다. 쌀을 사들이는 주체는 정부로 한정했다.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수요 대비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작년 12월 정부로 넘어온 양곡법 개정안은 양곡위원회가 정한 기준 이상으로 쌀 가격이 내려가면 쌀을 매입하도록 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개정안은 ‘양곡위원회가 매입 등을 포함한 수급 안정 대책을 실시한다’고도 규정했다. ‘매입 등’이란 문구를 추가해 다른 수급 안정 대책을 쓸 수도 있다고 정함으로써 정부 의무 매입 조항을 사실상 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30년 정부가 쌀 매입비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재정 부담이 5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가격 보증’ 부담도 줄였다
양곡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안법도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되는 조항을 완화했다는 평가다. 당초 농안법 개정안은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을 밑돌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가 논란이 됐다. 정부가 차액 보전 방식으로 일종의 보증을 서주면 과잉 생산이 발생하고, 재정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번 개정안은 기준가격을 완화해 농산물가격안정제가 발동할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작년 12월 한 전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농안법 개정안은 평년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가격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생산 비용과 수급 상황을 고려하도록 했다. 생산 비용은 대체로 시장가격을 크게 밑돌기 때문에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쌀 20㎏당 생산비는 3만2907원이지만 농민 입장에서의 시장가격인 산지 쌀값은 4만6175원으로 생산 비용이 시장가격보다 1만3000원 이상 낮았다. 정부가 최근 10년간 가격을 토대로 쌀과 5대 채소(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격안정제가 발동된 경우는 건고추에 대해서만 약 3회에 불과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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