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본토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상장 규제 강화와 미국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며 미·중 간 긴장 고조에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행을 택하고 있다.
6일 미국 로펌 K&L게이츠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증시에 신규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은 총 36개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0% 증가했다. 올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의 연간 최고 기록인 64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장을 위해 대기 중인 중국 기업만 해도 40곳이 넘는다. 데이비드 바르츠 K&L게이츠 분석가는 “올해는 중국 업체의 기업공개(IPO)에서 건실한 한 해”라며 “사상 최대 기록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중국 기업은 까다로운 중국 내 상장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자본시장 규제를 강화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 등 각종 요건 충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로 기술 기업이 상장하는 촹예반(중소 벤처기업 전용 증시)과 커촹반(기술주 중심 증시)은 정부 산업 정책의 부합 여부까지 심사한다. 하지만 미국은 규제 당국의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평균 4~6개월이면 IPO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9~12개월이 소요된다.
최근 상장한 기업 중 상당수는 신속하게 상장할 수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방식을 활용했다. SPAC은 보통 실체 사업 없이 상장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이 SPAC이 먼저 상장하고 비상장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한다. 해당 스타트업은 복잡한 IPO 절차 없이 상장할 수 있다.
카렌 무 얼라이언스글로벌파트너스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매출이 없는 기술 스타트업”이라며 “SPAC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의회의 견제에도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6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요건 강화를 예고했다. 의회 일부에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제도적 장벽이 상장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알리바바, 징둥닷컴, 바이두 등을 포함해 100개 이상이다. 이들의 총시가총액은 지난 3월 기준 1조달러에 달했다. 올해 최대 규모 IPO는 중국 차 전문 체인점 차지로, 나스닥에 상장해 4억11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