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사업 전략을 바꾼 건 올해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자주 언급하자 미 해군과 MRO 사업을 진행해 사전에 신뢰감을 먼저 쌓자는 분위기로 변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다음달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프로펠러 세척과 각종 탱크류 정비, 장비 검사 등의 정기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3년에 한 번꼴로 이뤄지는 정기 정비는 조선소 내 독을 사용하지 않고 배를 띄운 상태로 안벽에서 진행할 수 있다. 3년 치 일감이 꽉 찬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MRO를 위해 독을 비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성능 개량 등의 MRO를 추가 수주하면 HD현대중공업 4번 독을 비우고 작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RO 수주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미 해군 입장에선 한·미 간 조선업 협력 확대에 대비해 한국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업무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 초 미 해군 MRO 사업에 뛰어든 HJ중공업에도 기회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MRO 사업에서 가장 앞서 있다. 지난해 미 해군 함정 정비 자격을 취득한 이후 총 세 차례 미 해군 군함 정비를 진행했다. 이 중 군수지원함 ‘월리시라’의 경우 기존 계약 외에 새로운 정비 소요를 확인해 수주 금액과 계약 기간을 연장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 해군 측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수리를 제안했고, 그 결과에 크게 만족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한국 정부가 미 해군 전투함 MRO도 개방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 군함 건조·수리는 미국 ‘번스-톨레프슨법 수정법’에 따라 해외에서 할 수 없다. 다만 7함대의 군수지원함 MRO는 별도 예외 규정을 둬 인근 국가에 맡기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투함도 예외 규정에 포함하도록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며 “이지스함, 구축함 등 전투함도 할 수 있어야 MRO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전투함을 포함한 함정 MRO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MRO 사업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으면 향후 군수지원함이나 전투함 등의 신조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 서부 태평양과 인도양 등을 담당하는 미국 7함대는 제때 수리하지 못해 전투함 100여 척 중 30~40척만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역시 수리 대기 기간이 1년을 넘는 사례가 많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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