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관세협상 이후에도 ‘한미 FTA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 품목은 기타 면류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라면 등 기타 면류 2억7000만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은 기타 면류에 0~6.4%의 관세를 매긴다. 면만 수입할 때는 0%를, ‘소스를 포함한 면’를 수입할 땐 최대 6.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일본의 경우 라면을 미국에 수출할 때 21.4%의 관세를 물고, 한국은 15%를 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FTA의 효과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대미 수출 시 기존과 같이 무관세는 아니지만, 기본관세에 상호관세가 추가되는 다른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상호관세 15%만 물면 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로 미국과 ‘무관세 무역’을 해온 한국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해 적용하는 기본세율(MFN)만큼 관세 차이로 인한 이익을 봐왔고, 이 효과는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석유제품 관세율은 배럴당 5.25~5.84센트다. 수입 제트항공유에는 배럴당 52.5센트의 관세를 매겨왔다. 그러나 한국은 FTA효과로 '무관세 수출'을 해왔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석유제품 수입액은 지난해 44억8000만달러로 상호관세 부과 이후에도 기본관세 만큼의 관세 효과는 유지된다.
미국이 지난해 19억5000만달어어치를 한국으로부터 구매해간 ‘기타 기계류’의 경우 MFN 세율은 0~2.8%이고, 18억달러를 수입한 변압기의 MFN 세율은 0~6.6%다. 그 밖에도 미국은 화학제품인 점결제(점성을 높여주는 물질·MFN 세율 0~6.5%)와 오븐 등의 가열 기계류(0~4.2%), 폴리에스테르(0~6.5%) 등에 관세를 매긴다. 역시 기본 관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 상호관세에서 EU에 비해 한국이 누리던 이익은 사라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은 EU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가 15% 미만인 물품에 대해선 새로 부과되는 상호관세와의 합이 15%가 되도록 하는 특별 혜택을 줬다. 기존에 6.4%를 물던 유럽산 라면의 관세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15%가 된 것이다. 미국은 EU산 물품에 대해선 MFN 관세와 상관없이 15%를 최고세율로 정한 셈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EU도 상호관세 15%를 부과받긴 하지만, 기존 FTA 체결국인 한국과 똑같은 관세 혜택을 보게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EU는 2013년 환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라는 FTA 협상을 미국과 시작한 바 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은 일본에는 EU와 달리 ‘최고 15%’가 아니라, ‘기존관세+15%’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일본은 인지 즉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워싱턴DC에 급파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만일 일본이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EU처럼 ‘최고 15%’을 관철시킨다면 FTA 효과를 더 크게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한국은 한미 FTA를 통과시키면서 극심한 사회적 진통을 거친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번 대미협상에서 FTA 체결국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한 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통상전문가는 “멕시코의 경우 관세 부과가 유예된 상태이고, 캐나다의 경우 35%로 정해졌지만, 미국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자유무역협정) 요건에 충족하는 상품에 대해선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면서 아직 (USMCA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미국에 상호관세 부과가 FTA 기본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원칙을 강조하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에는 우리도 서한을 보내는 등 최소한의 맞대응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대훈/김리안/하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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