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현대아이파크몰 3층. 매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창고 같은 이색적 와인 매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와인 컬러의 철제 진열대가 끝없이 놓인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높은 층고와 실링팬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이곳은 와인 인플루언서 와인킹의 첫 정식 매장 '와인무'다. '와인무'는 무료 시음, 무인 시음, 무제한 등 세 가지가 없다는 콘셉트를 담은 이름이다. 매장에서 만난 와인킹은 머리에 무가 올려진 헤어밴드를 하고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오픈 당일인 8월 1일, 평일 낮인데도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편하게 와인을 경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계자 추산으로는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 방문이 예상될 정도라고 했다. 매장 오픈 이후 소셜 채널을 통해 소식이 빠르게 퍼지며 주말에는 웨이팅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어려울 정도다.

와인무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전 품목 무료 시음이다. 대부분의 대형 와인 매장이 유료 충전식 카드나 입장권으로 시음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원하는 와인을 맛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총 200여 종의 와인이 구비돼있어 취향에 맞는 제품을 폭넓게 탐색할 수 있고 매장 한쪽에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도 판매하고 있어 와인 페어링 경험도 바로 해볼 수 있다. 무료 시음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는 와인킹 팀이 1년 6개월간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한 자동 시음 기기다. 와인킹의 와인에 대한 진심과 와인 문화 확산의 신념에 공감하는 이들의 지원이 기기 계발에 큰 힘이 됐다.
회원 가입하고 포도알 1000알이 적립된 큐알 코드를 해당 와인에 태그하면 원하는 와인 시음이 가능하다. 와인마다 와인킹의 추천 노트와 어울리는 음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직원에게 시음을 요청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혼자 방문한 고객이나 내향적 성향의 방문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매장 내에는 와인 유통사의 전문가 5팀이 상시 대기하며 필요하면 고객 취향과 수준에 맞춰 와인을 추천해준다. 매장 오픈 이후 와인 애호가들이 자신들의 소셜채널에 올린 후기에도 “직원 추천이 특히 와인 초보자에게 유용하다”는 반응이 많다.
매장 인테리어는 와인킹 직원들이 모두 달라붙어 완성했다. 와인킹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기 때문에 고객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헤프닝도 적지 않다. 8월 1일 오픈 당일 오전에서야 준공 허가가 떨어진 것도 그 중 하나다.
매장에는 다양한 수입사 제품과 안주 브랜드가 협업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수십 종의 와인을 한 번에 비교 테이스팅할 수 있으며, 일부 파트너사는 매장에 상주하며 직접 와인을 설명하고 시음을 돕는다. 미트파이나 타코·피문어 등 메뉴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퀄리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와인 시음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방문객 평가도 좋다.

와인무는 독자적인 리워드 시스템인 ‘포도알’을 도입했다. 와인 가격에 따라 포도알이 차감되고 구매 시 다시 적립된다. 타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으며, 현재 오픈 이벤트로 1000포도알을 제공 중이다. 방문자는 이 포인트 제도를 “재방문을 유도하고 지인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재미 요소”로 평가한다.
와인무는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매장 사진과 시음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와인킹은 조만간 서울 강남 지역에 2호점, 내년 일본 도쿄 매장 오픈을 구상 중이다. 백화점에 매장을 여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나 이를 해낸 것을 옆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와인킹의 신념과 철학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와인무를 단순 판매 매장이 아니라, ‘와인 문화 실험실’이자 ‘오픈 플랫폼’으로 평가한다. 전 품목 무료 시음, 기술과 사람의 조화, 고객 피드백 기반의 유연한 운영,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이 모두 어우러져 국내 와인 시음 문화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다.
이선정 기자 sligh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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