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을 넘어 식품·유통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열 관리를 잘하면 상품 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전기료 등 생산·운영비도 아낄 수 있어서다. 스마트 인버터 시스템 등이 장착된 고효율 HVAC를 사업장 등에 도입하면 기존 냉난방 공조 시스템보다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온도로 조절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대형 물류시설과 생산시설을 갖춘 유통·식품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400억원을 들여 6곳인 HVAC 도입 사업장을 5년 안에 60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HVAC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로 했다. 동원그룹은 이를 위해 ‘HVAC 강자’인 LG전자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동원F&B 동원로엑스 동원시스템즈 등에 HVAC를 차례로 도입했다.가장 큰 효과를 본 건 동원F&B의 ‘유제품 허브’인 경기 수원공장이다. 유제품은 살균 단계에서 원료 온도를 135도로 올렸다가 15초 만에 40도로 낮춰야 한다. 단시간에 온도를 조절하려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
동원F&B는 스크루 냉동기와 스마트 관제시스템(BMS)을 갖춘 고효율 수랭식 HVAC로 에너지 사용량을 낮췄다. 2개의 스크루 엔진이 고온·고압 상태로 압축한 물을 냉각수로 식힌 뒤 팽창시키면 순식간에 온도가 낮아진다. BMS는 설비 운전 상태를 그때그때 최적화해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한다. 그 덕분에 수원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은 HVAC 도입 전보다 40% 줄었다.
동원그룹은 냉장·냉동식품을 다루는 동원로엑스 물류센터에는 고효율 HVAC를 활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들였다. 이런 식으로 동원그룹이 최근 1년간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0t이 넘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나무 한 그루가 연간 6㎏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HVAC 도입으로 약 17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축구장 70개 크기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하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HVA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란 ESG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됐다”고 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대표적이다. 최근 고효율 HVAC 중 하나인 차폐식 냉방 시스템을 전국 주요 센터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냉기 유출 방지 기능이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작업공간을 밀폐한 뒤 냉기를 그곳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또 물류센터 곳곳에 대형 실링팬을 설치해 냉기를 퍼뜨리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고온으로 글로벌 HVAC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HVAC 시장이 지난해 1659억달러(약 231조원)에서 2032년 2570억달러(약 358조원)로 54.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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