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시와 혁명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을 온전히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시처럼, 혁명처럼 살고 싶었다. 디자인 또한 그러하다.디자인은 두 개의 심장을 지닌다. 하나는 인간의 내면을 향해 감성을 어루만지고, 다른 하나는 시대의 변화를 향해 혁신을 이끈다. 그래서 디자인은 시적이며, 동시에 혁명적이다. 그것은 감정의 본질을 쓰다듬는 언어이자, 현재를 넘어서는 상상력이다. 내가 ‘시와 혁명의 디자인’을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두 축이 오늘의 세상에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현실을 아름답게 만드는 동시에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2021년 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 ‘디.레볼루션(D.Revolution)’이란 주제를 내걸었다. 단순한 디자인 혁신을 넘어 데이터(Data), 디자인(Design), 차원(Dimension), 다양성(Diversity), 민주주의(Democracy) 등 ‘디(D)’로 시작하는 시대의 키워드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복합적 혁명이었다. 기술의 혁명, 감성의 혁명, 차원의 혁명, 그리고 디자인 자체의 혁명이었다.
그때 우리는 감각의 지형이 급격히 바뀌는 현장을 목격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감각의 외주화를 낳았고, 팬데믹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감정의 거리까지 넓혔다. 이 변화 속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총체적 언어로 기능했다. ‘디.레볼루션’은 바로 그 거대한 전환기에 던진 질문이자,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가? 감정은 알고리즘으로 측정 가능한가? 혁신은 감성을 넘어설 수 있는가?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현실이다.” 디자인은 그 상상을 구체화해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힘이다. 감정과 데이터, 공감과 기술이 엮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놀랍지만, 그 속에 사람의 숨결을 담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디자인은 묵음의 언어다. 한 장의 그래픽, 한 조각의 공간, 작은 아이콘 하나가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고 공감의 종을 울린다. 소리 없는 함성을 준비하고, 혼돈 속 균형을 잡는 일. 그것이 오늘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디자인은 사회의 변화를 잇는 가느다란 실이자, 공동체를 다시 묶는 보이지 않는 매듭이다.
‘시와 혁명의 디자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가? 낯선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상처에 손을 내밀 수 있는가? 디자인은 그렇게, 삶의 언저리에서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혁명을 준비한다. 시처럼 치열하게, 혁명처럼 애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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