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안보·정치와 관련해 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활용하려 한 사례를 소개한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WP가 입수한 ‘한·미 합의 초기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작년 기준 GDP의 2.6%인 한국 국방비 지출을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을 증액하는 방안을 원했다. 지난해 국방 예산 59조4244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증액 규모(약 46%)는 27조3352억원에 달한다. 현재 정부 연간 지출 가운데 국방비는 약 13%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도 10억달러 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이 요구한 총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합의한 1조5192억원(약 11억달러·2026년 기준)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초안에는 “대북 억제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한국에 요구할 사항으로 포함됐다.
이 문건 초안이 작성된 시기는 지난 5월 1일이다.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실제로 이런 요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무역 합의 관련 양국 발표에는 안보 관련 사항이 들어가지 않았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협상 타결 전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언급했지만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 합의 과정에서 안보 관련 논의는 유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때 한국 국방비 지출 증액 및 전략적 유연성 지지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관세 협상 타결 후인 지난달 31일 “협상은 통상 분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안보 문제 등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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