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여성의 모습이 새겨진 미국 화폐가 처음으로 발행된다.
미국 조폐국은 오는 11일(현지시간)부터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의 모습이 새겨진 25센트 동전(쿼터)이 시중에 보급된다고 10일 밝혔다.
밀번의 삶과 유산을 기념하는 동전은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참정권, 시민권, 노예제 폐지,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20명의 여성을 쿼터 뒷면에 등장시키는 캠페인이다.
밀번은 19번째 헌정 대상자로, 약 3억~7억개의 밀번 쿼터가 발행될 예정이다.
밀번은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권리 운동의 기반을 다진 인권운동가였다. 한국 이름은 박지혜라고 미국 내 일부 한인 언론은 전했다.
그는 주한미군 아버지(조엘 밀번)와 한국인 어머니(진 밀번)의 삼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선천적으로 근육 퇴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못하다가 수술과 치료를 거듭하며 이후 깨닫게 됐다.
밀번은 지역 사회의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했고, 16세에 이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스무살이던 2007년에는 10월을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로 지정하고 모든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를 교육하도록 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법의 제정 및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2011년에 장애인 권리 운동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으로 이주해 '장애인 정의 문화 클럽'을 설립했다. 그는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삶을 사는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노숙자 등의 권익 증진을 도모했다.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정책 자문 활동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숙자 등에게 마스크와 의약품,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팀을 구성해 활동했다.
신장암 치료를 받던 밀번은 2020년 5월 19일 수술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조폐국은 "밀번이 한 손을 기관절개 부근에 두고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는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디어 교환과 연대를 상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밀번은 지도자이자 비전가였으며, 문제 해결사이자 열정적이고도 따뜻한 장애 정의 운동가였다"며 "젊음과 사명감, 헌신으로 불타올랐던 그는 장애의 정의와 교차성의 개척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힘을 북돋우고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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