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진행된 한·미 간 관세 협상은 양국 간 무역수지 개선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조정의 일환으로 특정 산업군을 중심으로 관세율 조정과 수입쿼터 확대·축소 등이 논의되어 관세 15%라는 큰 틀에서 결정되었다. 이러한 관세 협상 결과는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가격 경쟁력, 수출 전략 등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와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우리나라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으로 우선 수출 경쟁력 하락 가능성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특정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비관세 장벽(예: 기술 표준, 통관절차 강화 등)을 강화할 경우 해당 산업군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 될 수 있다. 예컨대 철강,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세 상승은 직접적인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 증가를 들 수 있다. 한·미 FTA에 기반해 유지되어온 안정적인 공급망에 균열이 생길 경우 기업들은 생산·물류·조달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급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기업들의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혹은 우회 수출 전략 수립을 강제할 수 있으며, 이는 비용 구조와 전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대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 감내 및 협상력 확보가 가능하나 중소·중견기업은 관세 변화에 직접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OEM 수출을 진행하는 부품소재 기업들은 단가 압박과 계약 축소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차별적 영향을 들 수 있다. 관세 인상 여부에 따라 산업별 온도차가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농축산물이나 소비재는 미국 측의 요구로 인해 우리나라 수입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농축산 산업에 전반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미국과의 협상 결과로 미국 시장 접근성이 개선된 품목의 경우 기회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 방안으로는 우선 다변화된 수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한·미 간 통상마찰이 심화될 경우 기업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연합(EU), 아세안, 중동, 인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무역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접근이다. 두 번째로 미국 현지화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여 현지 생산 및 법인 운영 확대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철강, 반도체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연계된 산업은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가 관건이다. 이는 관세 회피는 물론, 미국 정부의 보조금·세제 혜택 확보에도 유리하다. 세 번째로 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강화 전략이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관세 협상은 결국 정부의 외교적 협상력이 중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업계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민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안을 도출해야 한다. 특히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통상전략과 WTO 규범 준수 여부 등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및 경쟁력 제고 및 민관 협력 플랫폼 구축이다. 관세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품의 부가가치와 기술 집약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조립형 제품보다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R&D 투자 확대, 스마트공장 보급, ESG 대응력 제고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의 관세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산업계, 정부,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정책적 지원이나 대응 방안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라 향후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산업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이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와 현지화로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정부 간 통상외교 강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산업 혁신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전략적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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