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중반만 해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지니어스법의 미국 국회 통과를 앞두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술주가 모인 나스닥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것도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하지만 최고점을 찍은 이후 다소 조정을 받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각각 2.6%, 2.8%로 미국 중앙은행(Fed)가 당초 내놓은 목표치인 2%를 훌쩍 뛰어넘었다. 다소 잠잠해졌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이유다. 여기에 지난 1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신규 고용인원(7만명)이 시장 전망치(1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마저 6월 4.1%에서 7월 4.2%로 상승했다. 최근 미국의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7월 27일∼8월 2일)도 22만6000건으로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현지에선 Fed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9월 Fed가 기준금리를 0.25% 낮출 확률을 88.9%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 약화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일 1억5700만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비축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디지털 금융기술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라는 제목의 디지털 자산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비트코인 비축전략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디지털 자산을 국가 보유자산으로서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연방기관이 합법적으로 몰수한 가상자산 중 일부를 전략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고 언급됐다.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쳤다.
암호화폐 투자자들로선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조만간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대규모 투자 소식도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현재 1억2000만달러(약 1667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고 있다. 하버드대 전체 투자자산 중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대학이 투자한 비트코인 ETF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IBIT)’다.
기존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24억6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입해 비트코인 2만1021개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보유량을 62만8791개로 늘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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