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 관세가 15%로 인상되고, 국내 완성차업계의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남권 자동차 부품 벨트의 중심인 대구·경북이 비상에 걸렸다.
12일 경상북도와 상공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업체는 대구가 908개로 전국의 7%를, 경북이 1813개로 14%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로 보면 대구·경북 기업이 25조원대로 전국의 18%, 고용은 5만3000명으로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생산 감소와 그로 인한 투자·고용 위축 등 연쇄적인 후폭풍이 우려되는 만큼 부품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의 완성차 1차 벤더사인 A사 대표는 “현재도 마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관세 15%는 매우 큰 부담”이라며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데 지금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지만, 양국 간 협상에 따라 관세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지난 8일 임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업계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방문한 경북의 부품 기업 캐프 관계자는 “대미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데 영업이익률이 15%를 넘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무관세에서 15%로 급상승한 이번 관세 조치는 기업 유지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2·3차 벤더 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구 B사 대표는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1차 업체에서 미국에 같이 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와 고민”이라며 “현지의 전문 인력과 정보, 자금이 없어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연기관 부품사들은 이대로는 10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2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구 3공단의 영세 기업부터 먼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분류돼 금융권 대출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부품 기업들의 고충을 키우고 있다. 자율주행 부품 기업 C사 대표는 “최근 1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아 9월부터 작업해야 할 상황이지만 금융권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이 사양산업이라며 대출을 거절해 당장 필요한 15억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경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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