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덕분에 하루하루가 정말 신나요. 패럴림픽에도 나가고 싶고, 프로도 꼭 되고 싶습니다.”지난 11일 경기 용인 88CC에서 만난 김선영(25·사진)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국내 최대 발달장애 골프 대회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자리였다. 김선영은 이날 1언더파를 쳐 허도경(17)과 동타를 이뤘고, 후반 9홀 성적을 우선으로 치는 방식에 따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선영은 ‘골프 우영우’로 유명한 프로골퍼 이승민에 이어 차세대 발달장애 골퍼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올 7월에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서 열린 US 어댑티브 오픈에 출전해 여성부 7위, 지적 장애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이날도 선수 대표 축사를 맡아 “친구들아, 잘할 수 있지? 우리 신나게 치자”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한 골프는 김선영의 인생을 바꿨다. 어머니 장시혜 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연습하고, 단 한 번도 ‘그만할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장애인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늘 무표정한 아이였던 김선영은 어느새 파이팅 넘치는 ‘인싸’가 됐다. 골프를 통해 성취감을 얻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김선영은 장애인 골프대회 대부분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달 SK텔레콤의 지원으로 참가한 US 어댑티브 오픈은 그의 세계를 한 번 더 넓혀줬다. 김선영은 “연습장과 대회장에서 제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지적장애 부문 1위’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골프를 더 열심히 잘 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SK텔레콤 어댑티브 준우승을 한 덕분에 내년 출전을 위한 지원금 500만원을 확보했다.
김선영의 장점은 퍼팅이다. 손으로 느끼는 예민한 감각, 그리고 거리감이 좋다. 그는 “티샷부터 퍼팅까지 다 잘하는 이예원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많은 발달장애 친구들이 함께 골프를 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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