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주가가 이달 들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최근 실적이 시장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K뷰티의 구조적 수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는 전날 4.83% 내린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맥스(-2.4%) 씨앤씨인터내셔널(-2.12%) 한국콜마(-1.63%) 등 다른 화장품 ODM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주가는 이달 들어 강하게 조정받고 있다. 코스맥스(-23.9%) 한국콜마(-19.28%) 코스메카코리아(-12.44%) 씨앤씨인터내셔널(-12.3%) 등이 이달에만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들은 한국콜마 주식을 이달에만 각각 749억원과 500억원어치 팔았고 코스맥스를 408억원과 71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도 72억원과 6억원어치 덜어냈다.
이들의 주가가 그동안 글로벌 K뷰티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뛰었는데,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실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콜마의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308억원과 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각각 1%와 11% 밑도는 수준이다. 선(SUN)케어 매출이 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률도 전년 수준으로 유지돼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콜마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에만 12%대 급락했다.
코스맥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스맥스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36억원과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와 30% 증가해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이후 이틀간 24.72% 급락했다. 해외 법인들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1486억원으로 1% 늘어나는 데 그쳤고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17%와 18% 역성장했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일부 브랜드들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도는 흐름과 이달 초 대미 화장품 수출 감소세 등 여러 리스크가 부각돼 상반기 뜨거웠던 화장품 업종의 밸류에이션 상승에 일시적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가 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 ODM 시장 내 경쟁이 격화하는 데다 미국의 상호관세(15%) 부과 등으로 실적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글로벌 ODM 기업의 영업 조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은 만큼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지원 연구원은 "상반기 화장품 업종의 랠리를 통해 K뷰티의 글로벌 시장 확장 트렌드가 증명됐다"며 "이번 일시적 조정 국면에서 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나고 고객군이 다변화돼 브랜드 라이프사이클 리스크가 약해진 대형 ODM 기업들에 대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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