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육상과 축구 경기를 한다니 정말 기대돼요.”
14일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대회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부모와 함께 개막식 입장을 기다리던 초등학생 우잉메이(11)는 기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유니트리 로봇이 경기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로봇 올림픽’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대회가 이날 개막했다. 로봇의 댄스와 오페라, 춤 공연 등이 펼쳐졌다. 이어 15~17일 각종 로봇 경기가 열린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온 280개 팀, 500대가량의 로봇이 육상, 축구, 격투기, 체조 등 21개 종목 538개 경기에 출전한다.
중국의 ‘야심작’인 만큼 개막식은 성대했다. 폭우에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도 일반 관람객과 로봇 기업 관계자, 투자자들로 경기장은 가득 찼다. 개막식은 로봇 밴드의 연주로 시작됐다.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를 치는 로봇 밴드 뒤로 중국의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너자의 외향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걸어 나와 개막식을 알렸다. 중국의 유명 모델인 후빙의 안내로 경기에 출전하는 다양한 로봇이 걸어 나왔다. 개막식 축하 이벤트로 로봇 축구 대회가 잠시 열렸다. 엔지니어의 조작 없이 로봇들이 스스로 공을 드리블하고 수비를 했다. 골대에 공을 넣을 때는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로봇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장면이 연출됐고, 관객들의 웃음도 이어졌다. 로봇들은 5~6세 수준의 걸음걸이와 판단력, 체력으로 축구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개최국인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브라질, 일본 등이 참가한다. 유니트리와 애지봇, 쑹옌둥리, 갤봇 등 중국 대표 로봇 기업뿐 아니라 베이징대, 칭화대, 우한대 등 중국 명문대 소속 공대도 팀 단위로 출전한다. 한국팀은 참가 명단에 없었다.경기는 달리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 육상과 ‘3 대 3 축구’ ‘5 대 5 축구’ 등이 핵심이다. 자유격투, 사격, 인간과 로봇 간 탁구 대결도 펼쳐진다. 자재 운반·정리, 약품 분류·개봉, 청소 등 각종 ‘기술 경기’도 열린다. 주로 산업 현장과 가정에서 로봇이 어느 정도 지능을 갖추고 얼마나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경기다. 대회는 중국전자학회와 세계로봇협력기구가 주최하는데 베이징시 당국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등 일부 종목에서 로봇이 경기하는 행사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규모로 출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뛰고, 달리고, 공을 쫓아 스스로 이동하는 것을 넘어 장애물을 피하고 반칙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대회 관계자는 “로봇의 외형에 AI를 장착해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화지능 투자가 중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왕싱싱 최고경영자(CEO)는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범용인공지능(AGI)과 범용 로봇이 이뤄내는 변화는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 전기보다 크고 인류가 점차 힘든 육체노동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자국 로봇산업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전 세계 로봇산업에서 주도권을 쥘 기회로 삼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은 국제 표준 로봇 기술 선점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대회 참관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 관계자는 “중국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풍부하고 시범 사업 규모가 방대해 산업 응용화·상업화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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