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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통령, 살인·강간범까지 사면해 지지율 폭락

입력 2025-08-14 18:27   수정 2025-08-14 18:28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1980∼2000년 좌파 반체제 반군 소탕 작전 수행 도중 민간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살인과 성폭행을 자행했던 군인과 경찰관을 사면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실은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법률에서 정한 권한에 따라 역사적인 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루는 조국의 수호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폭력에 맞서 싸운 이들의 희생이 잊히거나 그들을 처벌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면 대상은 1980~2000년 좌익 쿠데타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에 대항한 정부군의 작전에 투입된 이들로 '빛나는 길'은 마오주의(마오쩌둥 사상)를 기치로 내걸고 농촌을 중심으로 무장봉기를 주도하며 정부 전복을 꾀했으며 정부군과 내전에 가까운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7만명 가까운 이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정부군과 경찰 중 일부는 '빛나는 길' 세력을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민간인을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문제가 됐다. 반군에게 식량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을 학살하거나 여성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페루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2003년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5300명 이상의 여성이 성적·정신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에 2002년께부터 수사가 시작돼 지난해 전직 군인들이 강간 등 혐의로 징역 6∼12년을 선고받는 등 뒤늦은 단죄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사면법안으로 다수의 가해자가 처벌 또는 수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사면 결정에 국제사회는 비판하고 있다. 미주기구(OAS) 산하 기관인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지난 6월 관련 보도자료에서 "600건 이상의 재판 절차가 중단되거나, 앞선 선고 결과가 뒤집히게 될 것이다. 사면권은 비폭력 범죄나 경미한 범죄에만 적용돼야 하지만, 페루 사례는 피해자의 정당한 사법적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설문 조사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2%)을 기록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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