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J는 2018년 11월 렉라자 개발권을 최대 9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경쟁약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출시된 지 1년 만에 단행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리브리반트는 주로 암세포 표면 수용체에, 렉라자는 암세포 내에 작용한다. J&J는 후발주자로 효과를 높일 ‘한 방’이, 유한양행은 부족한 글로벌 임상 경험을 메울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파트너를 찾은 것이다.
협력은 성공했다. 기존 약으론 3년(생존기간 중앙값 36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하던 말기 폐암 환자들이 이 약을 투여한 뒤 4년 넘게 살 수 있게 됐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시판 허가가 잇따르는 배경이다. 호주, 브라질 등에서도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J&J는 2027년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매출 목표를 50억달러(약 7조원)로 잡았다. 조 교수는 “지난달 론칭 심포지엄 차 일본을 다녀왔는데 현지 의사 자문그룹(KOL)에선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예상했다”며 “생존기간을 연장해준 새 치료옵션 등장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라고 했다.
올해 말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제형(SC)이 미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6시간 걸리던 투약 시간을 5~10분까지 줄여 함께 쓰는 렉라자 활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는 내년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이 J&J로부터 수령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3100억원 정도다. 유한양행은 이 중 상당액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구축했다. 남은 1조원도 수령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초기부터 미충족 수요를 공략한 데다 부족한 역량을 외부에서 보강한 개방형 혁신이 국산 신약 성공 모델을 썼다”고 평가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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