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금융 유튜브 채널 ‘증시각도기TV’를 운영하는 곽상준 매트릭스파트너스 대표는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한투자증권 소속으로 일하다가 독립해 매트릭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증권사 직원 신분으로 5년에 걸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좀 더 자유로운 신분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셈이다.
“직장과 유튜브를 병행하면서도 업무량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원래 제가 PB로서 해야 했던 일을 유튜브로도 전달했던 거잖아요.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고민하고 고객에게 잘 설명하는 게 제 일이었죠. 유튜브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으니까요. 유튜브를 통해 본업에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튜버 활동은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유튜브 채널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활용하기에 좋았고, 업무 실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다만 증시각도기TV의 덩치가 커질수록 채널 운영을 둘러싸고 회사와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곽 대표가 겪은 어려움이었다. 이 지점이 결국 퇴사를 선택한 배경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 ‘증권사 PB로서의 삶’과 ‘유튜버로서의 삶’ 중 선택해야 하는 시기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유튜브로 인생이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곽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며 별도의 자문사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곽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금방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가족들이 그런 나의 선택을 지지해줄지가 문제였다”며 “그런데 가족들이 의외로 흔쾌히 동의해줘서 큰 갈등 없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시각도기TV 시즌1 종료를 기점으로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제가 그런 말을 했어요. ‘저는 제가 가진 지식을 여러분들에게 드렸고 여러분은 그 경제 지식으로 작은 도움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제 인생을 흔들었습니다’라고요. 말 그대로였어요. 매년 몇 억씩 받는 증권사 PB로 지낼 수 있었거든요. 정해져 있는 중상류층의 안정된 미래였죠. 그런데 유튜브 세계에서 만난 이 사람들이 나를 흔들어 버린 거죠. 제겐 너무 절절했어요. (직장보다) 이게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과거 곽 대표는 경제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미디어 업계와 첫 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러다 삼프로TV 출연을 계기로 유튜브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방송은 브로드캐스트잖아요. 세상을 향해 출연자가 메시지를 던지는 구조였죠. 그런데 유튜브는 그 반대였습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채널을 찾아서 들어오는 겁니다. 차원이 다른 접촉의 밀도를 느꼈어요. 제가 하는 이야기는 방송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확 달라져 버렸어요. 바뀐 시대가 놀랍게만 느껴졌죠.”
거짓말하지 않는 게 채널 운영 원칙
곽 대표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시기는 지난 2020년 8월이다. 긴 시간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반드시 지켰던 원칙이 있다면 바로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다. 곽 대표는 “모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과도하게 아는 척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건 거짓말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거짓말을 하게 되면 구독자들이 더 먼저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나보다 나에 대해 잘 안다”고 했다.
실제로 매일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다 보니 곽 대표의 사소한 코멘트에서 그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구독자가 등장하곤 한다. 곽 대표의 평소 성격이나 그날의 컨디션까지 맞추는 구독자도 적지 않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코멘트를 했음에도 미묘한 뉘앙스를 간파하는 구독자가 등장한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한마디라도 허투루 발언할 수 없는 이유다.
긴 시간 동안 쌓인 신뢰 덕에 충성 구독자도 크게 늘었다. 증시각도기TV에 대한 후기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평가는 ‘항상 개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주는 채널’이라는 이야기다. 곽 대표는 “사실은 일부러 소액주주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그들과 나의 입장이 같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하면서 적어도 진실된 마음으로 운영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은 성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저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증시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제가 알고 있는 최선의 해석을 하려 했고, 남의 이야기를 빌려 전달하는 것보다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부분이 신뢰를 얻게 된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다른 채널과 증시각도기TV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고요.”

현금흐름을 중시할 것
곽 대표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뿌리 깊게 세워 둔 마음가짐은 ‘나의 실패를 다른 이들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곽 대표는 “나는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며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책을 통해 공부하고 몸으로 깨지면서 공부했다. 이제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실패할지 성공할지 다 보인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다치지 않으면서 자산을 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다치지 않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상황에 대해 올바르게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곽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 채권, 금리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이유도 경제의 큰 움직임을 해설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렇다면 곽 대표가 평소 구독자들에게 강조하는 투자 원칙은 무엇일까. 바로 욕심 부리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강조하고 있는 원칙은 실제로 나에게 떨어지는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라는 거예요. 그게 개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배당을 무시하지 말라는 점을 거듭 말씀드리고 있어요. 진짜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장은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언젠가 알게 되는 순간이 오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많다. 최근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라이브 방송을 하며 구독자들의 투자 수익률을 확인했던 때다. 곽 대표는 “라이브 방송 중에 수익률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나보다도 수익률이 좋은 분들이 너무 많더라. 구독자와 자리를 바꿔 앉아야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며 “우리 채널에서 이야기한 부분을 충실하게 따랐던 분들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식 시장, 강력해진 정책의 힘
곽 대표는 하반기 주식 시장을 ‘정책의 힘이 가장 강력해지는 시기’로 봤다. 2014년 일본 시장과 유사하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일본 주식 시장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시작됐던 2014년 이후 10년간 4배의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곽 대표는 “2014~2015년 당시 일본 증시 상황이 한국과 비슷하다.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 정책이 아주 좋은 상황이다. 이제부터 진짜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이 주식 시장에 유리하게 나오는 한 한국 시장에서 떠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곽 대표는 부동산 시장과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은 부동산 중심의 정책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였다. 모든 게 부동산 위주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 방향성을 바꾸겠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간부채가 한도에 이르렀습니다. 심각한 문제예요.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월등히 높고, 일본의 거품 붕괴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에요. 부채 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상황입니다. 결국 부동산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그런데 이 방향성의 물꼬를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고 하잖아요. 그동안 역대 정부는 그렇게 안 했어요. 여야를 막론하고 동일한 스탠스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향성을 바꾸게 되면 강력한 부동산 옹호 세력과 맞부딪힐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곽 대표는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창출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그게 밸류업에서도 답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같은 주식 시장 흐름이 온다면 배당도 받고 차익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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