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하며 장 중 3100선을 내줬다.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발전)과 인공지능(AI) 관련주 등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대표 주도주가 일제히 무너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할 때까지 당분간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중 깨진 3100선
20일 코스피지수는 0.68% 하락한 3130.0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 중 3079.27까지 하락하며 지난 7월8일 이후 44일 만에 장 중 3100선을 내줬다. 지난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다.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930억원, 2280억원씩 내다팔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AI와 방산, 원전 등 기존 증시 주도 업종에 악재가 쏟아지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날 SK하이닉스(-2.85%), 한미반도체(-3.11%) 등 AI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무너졌다.지난 18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 기업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라며 ‘AI 기업 거품론’을 꺼내든 여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로 인해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시장 진출이 막혔다는 소식에 원전주도 일제히 휘청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장중 14.12% 급락했다. 이후 한수원이 합작투자 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낙폭을 줄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이 가까워지자 방산주도 힘을 잃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2.01%, 1.33% 떨어졌다. 조선주에서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한화오션은 0.75% 하락한 10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차익실현을 야기하는 뉴스가 쏟아지며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3분기 조정 후 4분기 재반등”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달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4.9%까지 낮췄다. 오는 22일(현지시간)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올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수정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며 기존 안이 정정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증시를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증시는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 저점은 지난 10년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10.3배(3097.43)를 밑돌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000선이 단기 1차 지지선”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한 두달간 국내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며 “고점 대비 7~10%가량 빠진 2900선이 지지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3분기 숨고르기를 이어간 뒤 4분기께 재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고용이 둔화하면서 미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유동성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 증시가 재반등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상장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선 2분기 때와 같은 급등세를 재현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반등 땐 고점 대비 하락한 기존 주도주가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추가 수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LNG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 관련주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조정장은 기존 주도주의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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