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품목관세 때문에 어려움이 커졌지만 10년 넘게 쌓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명성과 기술력으로 극복할 겁니다.”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헬리녹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사진)는 관세 이야기부터 꺼냈다. 회사의 주력 소재인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품목관세 50%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75%로 이 중 미국이 30~40%를 차지한다. 라 대표는 “아웃도어 의자 완성품 자체엔 (관세를) 안 물리는데 텐트 폴에는 물리기도 하는 등 제품별로 상황이 복잡하다”며 “그렇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아웃도어 시장인 만큼 사업 다각화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 대표는 2009년 동아알루미늄의 고강도 알루미늄합금 폴 브랜드인 DAC를 활용한 아웃도어 회사 헬리녹스를 설립했다. 동아알루미늄은 세계 텐트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라 대표는 접이식 DAC 폴에 등받이와 엉덩이받이를 결합한 초경량 접이식 캠핑 의자인 체어원을 개발했다. 무게는 890g으로 일반 캠핑 의자의 10분의 1 수준이다. 145㎏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체어원은 10년 동안 세계에 120만 개 판매됐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때 캠핑 붐이 일면서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00억원대이던 회사 매출은 2022년 769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3년엔 매출 920억원을 달성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자 라 대표는 더 큰 성장을 위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세계 아웃도어 애호가 사이에서 헬리녹스는 ‘아웃도어계의 에르메스’로 불리고 있다. 출시하면 얼마 안 가 품절돼 중고품에 웃돈이 붙어서다. 나이키, 슈프림, 파리생제르맹, 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헬리녹스는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14년 동안 한 번도 꺾이지 않던 매출은 지난해 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국내외 캠핑 붐이 잦아든 데다 일본 수출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협업 횟수를 줄이는 대신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기존 주력 제품인 체어원의 착좌감을 크게 개선한 신제품 체어원Re를 출시했다. 올가을부터는 패션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과 의류 사업도 시작한다. 라 대표는 “신제품 출시와 신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800억원대에 재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헬리녹스는 싱가포르와 미국 중 한 곳에서의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라 대표는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우리나라(24%)보다 낮고 외환 취급이나 글로벌 투자자 모집이 훨씬 유리하다”며 “글로벌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큰 시장에서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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