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초대형 기업들에 공짜 돈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이 기업 몫을 확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분 확보 아이디어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를 사오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1만5300㎞) 떨어져 있고, 중국에서는 불과 80마일 떨어져 있다”며 “최첨단 칩의 99%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경제적 역량을 갖추는 게 일본·한국과 맺은 협정의 일부”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국가 안보와 관련 있는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비용에 관해 “중요한 점은 이것은 우리 돈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일본의 5500억달러,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 약속을 거론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분만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의 초점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의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주요 반도체 회사의 지분을 갖는 것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이 원하는 건 단순한 이익 공유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미국이 한국, 대만 대신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지분 확보 구상이 관철되면 미국은 한국·대만·미국 주요 반도체 회사의 경영 상황을 한눈에 들여다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을 위해 민감한 경영정보를 공유하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 인텔(109억달러) TSMC(66억달러) 삼성전자(47억4500만달러) 등에 대한 칩스법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투자 진행 단계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실제로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집행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시작한 데 이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요구하고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에 15% 수출세를 물리기로 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땐 중요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확보했다. 또 희토류 광산에 대한 정부 지분 확보 등 기업 경영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해 “국가자본주의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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