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6월 16일 당시 전단을 붙이던 아르바이트생은 그날도 어김없이 서울시 성북구 한 미분양 아파트를 찾았다. 입주를 시작하기 전의 아파트였기 때문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는데 유독 한 집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는 안방 화장실에서 한 구의 여성 시체를 발견하고 혼비백산했다. 심지어 부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시신이었다.
숨진 여성은 부산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유명 K 대학교에 편입해 2004년 졸업한 뒤, 부동산 자산가 아들과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새댁이었다.
12년 뒤인 2017년 8월 2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공개한 여성의 실명은 이해령(당시 30). 이 씨는 시체로 발견되기 일주일 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만 보였던 자산가 며느리는 왜 미분양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던 걸까.
22일 공개되는 E채널 오리지널 웹 예능 '형사들의 수다' 시즌2 5회에는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과 김진수 경감 등이 출연해 MC 권일용과 함께 해당 미제사건을 짚어본다.
이들은 "잊히지 않는 사건 중 하나"라며 이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결혼 1년 차 30세 여성이 미입주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발견 당시 원피스 앞판이 강제로 뜯겨 있었고, 현금이나 고가의 시계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의문을 더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으로 나왔으며 사망 시간조차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술을 잘 마시지 않던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만취 수준으로 확인돼 또 다른 의문을 낳았다. 주변 유력 용의자들도 있었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신원 불명의 남성 타액과는 DNA가 일치하지 않았고, 관련 인물 약 400명을 조사했음에도 모두 DNA 불일치로 드러나 답답함을 더했다.
그러나 DNA 외에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

범행 현장에는 이 씨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옷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남성용 단추가 하나 발견됐다. 미국의 골프복 '애쉬워스' 제품이다. 고가 브랜드로, 주 고객층은 30~50대다. 마지막 단서인 셈이다.
당시 경찰은 그의 남편과 마지막 만남을 했던 교수, 결혼 전 남자친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였다. 모두 조금씩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세 사람 모두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범인의 DNA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했다. 여러 사람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더운 날씨에 변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19년간 미제로 남아 있는 이 사건은 태완이법 덕분에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지금이라도 진범을 잡으면 처벌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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