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한·미 동맹 현대화, 통상협상 마무리 등의 과제를 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이 대통령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안보 청구서’는 물론이고 통상 분야에서도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쉽지 않은 요구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4일 일본 의회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1박2일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로 미국 공식 일정을 시작한 뒤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오찬 간담회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의제 조율은 험로를 걷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전 의제를 점검하기 위해 만났다. 외교부는 회담 종료 후 “양측에 승리를 안겨주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부 미합의 사안이 남았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 측 발표와 별개로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이 인도·태평양 억지력 강화, 공동 방위비 분담 확대, 미국 제조업 활성화 기여, 미래 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 동맹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입장을 냈다. 미 국무부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한국이 언급하지 않은 인도·태평양 억지력 강화, 공동 방위비 분담 확대, 미국 제조업 활성화 기여 등을 언급한 것은 두 장관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동맹 현대화와 주한 미군 유연성 확대 지지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위협에 맞선 지역 안보 관련 메시지를 요구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국방비 증액 규모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규모를 둘러싼 이견도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미 정부 협상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6%인 한국 국방비를 3.8%까지 올리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현재의 두 배가량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미측은 지난달 31일 타결된 관세 합의에서 한국이 조성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490조원)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 계획서를 요구하는 한편,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타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 소고기 등은 추가 개방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출국 전 간담회에서 “농축산물 문제를 미국이 제기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디지털 무역장벽’ 완화 등 7월 무역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 관련 요구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협상을 거들기 위해 정부 산업·통상 분야 수장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 방미 일정에 합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통상 관련 의제를 조율했다. 이 대통령 순방 일정에 동행한 김 실장과 위 실장은 물론 대통령실을 지키던 강훈식 비서실장도 방문단에 합류하기 위해 24일 출국했다. 강 비서실장은 출국길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하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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