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마인드협회(이명종 회장) 8월 조찬 독서포럼에서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가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최 교수는 21세기 인류가 맞이하는 디지털 혁명과 AI 시대의 변화,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도전과 과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로 강연 내내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강연 이후에도 참석자들 질문이 그치지 않아 최근 AI 에이전트 시대 진입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심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 <A사피엔스> 쓴 1년 전보다 변화 속도 가팔라
최 교수는 "아이폰과 유튜브의 등장으로 인간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존재로 변화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기업의 시가총액 증가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미래 세계를 예측하는 단초라는 것. 특히 최근 엔비디아나 팔란티어 등 AI 기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기업들 주가가 기존 IT 거대 기업을 빠르게 역전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2023년 말 오픈AI의 Chat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가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 변화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최재붕 교수는 2019년 스마트폰이 만든 신인류 사회를 기록한 <포노 사피엔스>에 이어 지난 2024년 6월 <AI 사피엔스>를 펴내며 일찌감치 생성형 AI 시대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테슬라 등 AI 관련 기업은 기술 혁신과 자본 집중으로 산업계의 구조를 빠르게 재편해 데이터 주권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AI의 도입은 제조업은 물론 유통·의료·교육 등 전 산업계에 파급력을 미치는 중이다. 최 교수는 기존 유통 공룡 기업을 대적하는 쿠팡과 거대 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을 이긴 신생 업체 APR의 경쟁은 미래 성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IT·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까지 'AI 인프라 기업' 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전망이다.
이미 디자인·마케팅·영상 등 분야에 AI 활용이 일상화됐고, 글로벌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기술 격차를 벌리는 상황. 미국은 자율주행·로봇·버티컬AI 등에서 초격차를 보이고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으로 인력 대체를 가속하는 중이라는 설명도 내놓았다. 이미 해외 몇몇 자동차 생산 공장에 밤새 로봇이 조립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관성으로 변화를 주저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실제로 국민의 95%는 디지털이나 AI 업무에 불안을 느끼며, 변화를 환영하는 층은 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AI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가나 개인은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에 구글이 주목받았다면 AI 시대에는 빅데이터 온톨로지 비즈니스를 펼치는 팔란티어를 주목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으로 창의적 사고, 문해력,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AI 진단·치료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져 비용 절감 및 진료 정확성이 높아지고,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 시스템으로 의료 접근성과 혁신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있었다.
= 성장, 팬덤과 K-문화 주목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현대사 120년 중 후진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특히 기술 경쟁이 과열되는 사회에선 팬덤 문화가 더 큰 성장성을 가져와 K-POP과 K-뷰티 등 한류의 글로벌 성공이 미래 성장 견인차 구실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뷰티 매장 올리브영의 세일 기간에 맞춰 방한하는 사례는 대표적이라고 했다.
향후 팬덤 경제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돼 비즈니스에서 팬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개인과 사회, 국가 모두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학습과 혁신에 나가야 함을 촉구했다.
오전 7시 30분 시작한 이날 강연은 계속되는 청중들 질문으로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미리 책을 읽고 강연에 참석하는 만큼 청중의 강연 관심도 높았다. 강원도에 새벽에 왔다는 한 참석자는 책을 세번 정도 반복해 읽었다고 했다. 마스터마인드협회는 AI 시대를 마주하는 CEO들의 두려움과 비즈니스 적용 방법 등의 관심을 반영해 9월 조찬 포럼에 유응준 전 엔비디아 대표를 초청해 AGI 시대 대응법 특강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마스터마인드협회 조찬 독서 포럼은 CEO를 대상으로 월 1회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선정 기자 sligh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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