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5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깜짝 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협상 방식을 '협상의 기술',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 그대로 적어 놓았다"며 "철저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은 담판을 앞두고 "이미 큰 합의를 한 상태에서 '바꾸자'고 해서 바꾸는 것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쌀, 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확대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지난달 구두 타결된 관세 협상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 '추가개방 없음'을 확인했지만, 미국 측은 시장 개방 확대를 강조하며 시각차를 드러낸 상황이다. 문서화 과정의 표현 차에 따라 상이한 해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불안 요인이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 주요 의제로 △조선업을 콕 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보도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주요 의제로 조선업을 꼽으며, 한국이 조선업 협력을 전략 카들 꺼내 미·중 경쟁 국면의 마찰을 완화하려 한다고 해석했다.미국이 일본, 한국 등 동맹국과 해군의 선박 정비·서비스 역량을 분담한다는 구상 속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상업·방위 부문의 현대화를 뒷받침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를 자극할 상징 문구가 됐다면서 한국 조선 산업의 협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구력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안(중국-대만) 갈등과 관련해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미국이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오션·현대중공업이 주일 미군 비전투선 수리 계약을 수주했고, 규제 완화 시 군함 정비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회담 직후 이 대통령의 미국 필리조선소(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 방문 계획과 JD 밴스 부통령의 동행설은 이런 맥락을 더한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민감한 이슈도 이런 흐름 안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미군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검토와 주둔비용 인상 요구가 갈등 요소다.
대미 투자 역시 여전히 굵직한 의제다. NBC는 지난 22일 보도에서 두 정상이 한국의 3599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화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1500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가 포함돼 있으며, 투자 방식은 직접투자보다 대출·보증 성격이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 이슈는 이번 회담의 '돌발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대북 정책 관련 돌발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결과 집착형' 제안이 재연될 가능성, 이른바 '노벨평화상 드라이브'가 협상 테이블의 파장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학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제안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의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제가 제기할 수도 있는데,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 해 볼 생각"이라며 "그 얘기는 누가 하든 아마 한 번쯤은 해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니까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길을 한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MASGA로 상징되는 조선·산업 협력의 구체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대북 아젠다의 수위와 형식 △농축산물 추가개방 차단의 공식 문서화 등이다.
트럼프식 '빅딜'과 이재명식 '원칙·실용'이 맞물리는 첫 대면에서, 두 정상이 어느 지점에서 '국익 최대화'의 균형점을 찾아낼지가 새벽의 백악관 회담을 가를 키가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의 회담은 30분간 진행된다. 여기에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곧바로 질의응답을 시작하게 되고, 몇 개의 질문을 받을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두 정상은 이후 12시 45분부터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간다. 이는 언론 비공개 일정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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