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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 노조, 한 교섭 테이블에…"勞勞갈등 불가피"

입력 2025-08-25 17:38   수정 2025-08-26 05:04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내년부터 노사 간 교섭 지형이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원청이 수십, 수백 개 하청 노조와 일일이 교섭하는 대혼란은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단일화 방식이 여전히 법적 공백 상태여서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노위가 교섭 방식 결정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원청과 원·하청노조의 교섭 방식을 당사자들의 자율에 맡기고 노사 합의가 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따르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노위가 사업장 상황에 따라 직접 교섭사항이나 교섭 단위·방식을 결정해주는 식이다. 특히 중노위 결정에 법적 ‘중재’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해 소송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란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 노조들이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 창구를 통일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그동안 노조법 2·3조 개정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 제도가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시행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까지 없애면 노사 현장이 극도로 혼란해질 것으로 보고 교섭창구 단일화는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지난 7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폐지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은 여전히 입법 공백 상태다. 원청·하청업체와 원청 노조·하청 노조라는 4자 관계에서 교섭 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하고 교섭 단위를 설정할지가 숙제로 남은 것이다.

당정 등에 따르면 중노위가 결정할 수 있는 교섭 방식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하나의 교섭 단위를 이뤄 사용자 측(원·하청 업체)과 교섭하는 ‘공동교섭단위’ △원·하청 노조가 공동대표단을 꾸려 원청과 마주 앉는 ‘공동교섭단’ △원·하청 노조가 각각 원청과 교섭하되 결과는 연계하는 ‘연계교섭’ 등이 거론된다.

원청과의 교섭 테이블에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나란히 앉는 ‘이례적 장면’이 현실화할 공산도 커졌다. 하지만 협상 구조가 단순히 원·하청 노조의 ‘연대’로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노동계 관계자는 “원청 노조 입장에선 임금 인상 재원을 하청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정된 파이를 두고 노조 간 경쟁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원청 노조가 임금 5% 인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하청 노조가 납품단가 반영을 통한 임금 보전을 요구할 경우 원청이 한정된 재원에서 두 집단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결국 노조 간 ‘제로섬 게임’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대 노총 영향력 더 커진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동위원회에 막강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 위원 추천 및 배제 권한을 지닌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영향력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노위는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심판뿐만 아니라 노동쟁의 조정, 복수노조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는 준사법기관이다. 노동조합법에 모호하고 전례 없는 규정이 다수 포함되면서 중노위가 법 해석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개정 노조법 제2조의 핵심 쟁점인 ‘실질적 지배력’ 판단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거부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돼 중노위가 판단하게 된다. 중노위에 과도한 업무가 몰려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노위 조사관 1인당 연간 사건처리 건수는 2022년 85.8건에서 2024년 116.0건으로 이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노동법원 설립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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