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글로벌 법제가 급격히 정비되면서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은 기업의 공시와 공급망 관리 의무를 강화했다. 공급망 실사 의무 확대, ESG 데이터 관리 역량 부족, 규제 충돌에 따른 혼란, 비용 증가, 평판 리스크 등 기업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과 미국 기후 공시 규정과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은 모두 기업의 법적 책임을 직접 규정해 한국 기업은 공급망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단순 1차 협력업체 관리에 그치지 않고 2·3차 협력업체까지 ESG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산지 추적 시스템 구축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복합 리스크 위기 속 해법 모색
법무법인 율촌은 ESG 규제의 국제적 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한국 기업이 직면한 법적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제시해온 대표적 로펌이다. 율촌은 향후 ESG 규제 환경의 핵심 키워드로 투명성(transparency)을 꼽는다. 강화되는 글로벌 공시 의무와 실사 규제는 기업에 높은 수준의 데이터 관리와 보고 체계를 요구하기에 공시 내용의 정확성·완전성·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율촌은 환경·보건·안전(EHS) 전문팀과 글로벌 컨설팅사 ERM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차별화된 ESG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식품 기업의 인권영향평가 체계 구축, 화학 회사의 ESG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현대차·기아차 그룹의 공급망 ESG 관리 방안 자문, 생명보험사의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 공급망 실사, 그린워싱 리스크 대응 자문을 제공하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차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EU CSDDD와 미국 UFLPA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망 추적 시스템과 계약 구조를 개편해 해외 수출 차질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화학 회사 리스크 관리 프로젝트에서는 환경 데이터 관리와 공시 투명성 확보를 중점 지원했고, 금융·보험사의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에서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담보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민호 소장은 “중소·중견 수출 기업의 경우 ESG 법제 대응 역량이 부족해 맞춤형 자료 제공과 자가진단표, 실무 매뉴얼 지원 등을 통해 단계적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기업의 ESG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무 부서와 최고경영진의 협력을 강조한다. ESG를 단순 준법 차원이 아닌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해야 하며, 계약 구조와 정보공개 체계에도 ESG 조항과 검증 절차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용희 변호사는 “정부·기업·로펌 간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명확한 법·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기업은 자율적 ESG 경영 내재화, 로펌은 전문 자문을 통한 규제 대응 지원을 맡는 삼각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SG 법제 대응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해외 수출 확대, 투자자 신뢰 강화, 평판 리스크 방어 등 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 윤용희 변호사 · 이민호 소장
“향후 ESG 규제에서 핵심 키워드는 ‘투명성’이 될 것”
이민호 소장·윤용희 변호사 인터뷰

- 최근 ESG 법제 정비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윤 변호사 “지난 몇 년간 ESG 법제가 글로벌 차원에서 빠르게 정비되고 강화됐지만,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나 EU 집행위원회 2기 출범 같은 정치·정책 변화가 법제 정비의 속도와 강도를 좌우해왔다. EU가 주도한 CSRD, CSDDD, CBAM도 기업 수용성을 고려해 일부 완화·지연되는 추세다. 하지만 폭염, 홍수 등 기후 위기 심화로 ESG 규제 강화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발맞춰 국내 자동차, 태양광, 철강(CCUS) 등 산업을 대상으로 규제 현황을 분석하고, 체크리스트 정리, 정책 제안·공급망 실사 대응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 CBAM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이 소장 “CBAM은 탄소배출량 산정과 보고 의무를 강화해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 등 대기업은 이미 저탄소 기술 투자와 공급망 관리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EU CSDDD는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를 요구하기에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도 SEC 기후 공시 규정이 현재 쟁론화되어 있긴 하나 상장사뿐 아니라 공급망 차원의 공시 요구를 촉발하고 있다. 또 UFLPA로 원산지 추적과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제 수입 제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율촌은 이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미국 UFLPA, EU CSDDD 등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실사 법률 검토를 수행했으며, 해외 로펌과 협업해 중국·미국을 포함한 9개국의 ESG 법령 분석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 각국의 ESG 규제 접근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윤 변호사 “EU는 강력한 규제 중심이고 미국은 반(反)ESG 흐름과 혼재, 중국은 국가 주도형, 한국은 자율과 규제를 병행하는 점진적 제도화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차이로 한국 기업은 규제 충돌, 공급망 실사 부담, ESG 데이터 관리 역량 부족 등 복합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 공급망 관리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이 소장 “공급망 관리 범위가 1차 협력업체에서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권·환경 요소가 필수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공급망 추적을 위해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기술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의 인권영향평가 체계,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 실사 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다.”
- 기업이 선제적으로 취해야 할 ESG 대응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 변호사 “EU,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통합 ESG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ESG 기준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계약서에 ESG 조항을 반영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문의는 공시·보고 의무, 공급망 실사, 그린워싱 리스크와 관련한 것이다. 특히 공시 데이터의 신뢰성과 협력업체 실사 기준 설정에 대해선 기업의 문의 사항이 많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총 8개의 정책 제안을 마련하고 국내 규제 개선과 해외 사례를 분석해 기업의 규제 대응 체계 구체화에 기여했다.”
- ESG 규제 위반 시 기업이 직면할 위험은 무엇인가.
윤 변호사 “CBAM, 기후 공시, 인권 실사 의무를 위반하면 행정 제재뿐 아니라 민사·형사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허위·부실 공시는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중과실로 간주돼 손해배상 소송 위험이 크다. 철저한 내부 통제와 문서화, 외부 검증 절차가 필수적이다.”
- ESG 대응이 기업에 주는 실질적 이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소장 “ESG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해외 시장 접근성, 투자 유치, 공급망 거래 안정성, 평판 측면에서 분명히 유리하다. 반대로 대응이 미흡하면 수출 제한, 거래 중단, 평판 훼손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식품 기업의 인권영향평가 체계,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 실사 전략, 화학회사의 CSDDD 대응 체계안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투자 유치 효과를 얻는다.”
- 향후 ESG 규제 환경의 핵심 키워드와 ESG 대응을 위한 기업 내 협력 구조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윤 변호사 “향후 ESG 규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투명성’이라고 본다.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 공개가 필수적이고, 공급망 관리와 ESG 데이터 역량 고도화가 시급하다. 법무 부서는 규제 대응과 계약 조항 설계, 데이터 관리 체계를 주도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이를 경영 전략으로 인식하고 이해관계자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일관된 법제·지원정책, 기업의 자율적 내재화, 로펌의 법률 자문·분쟁 대응이 삼각 협력으로 맞물릴 때 지속가능한 ESG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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