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수십억弗 펀드 만들고…삼성重은 美 해군 MRO 진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HD현대는 수십억달러 규모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약속했고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순한 조선소 투자를 넘어 미국 조선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큰 틀의 협력 모델이 구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선업 협력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선박을 건조한다”며 “일부 선박은 한국에서 계약하고, 한국이 미국에 조선소를 세워 우리 근로자와 함께 선박을 건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한국의 기술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직후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 첫 투자 협약을 맺었다. HD현대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손잡고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를 통해 HD현대는 미국 조선소 인수와 기자재업체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주요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투자 결정을 주관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성장 가능성 등도 따진다. 서버러스캐피털은 투자 전략 수립과 관리를, 산업은행은 한국 투자자의 참여 구조 설계를 맡는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선박 건조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의 현대화·첨단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 해군 MRO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는 거제조선소에서 맡는다. 삼성중공업은 미국에 네 개 조선소를 보유한 비거마린그룹에 기술 지원을 한다. 이후 상선, 특수선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선박 공동 건조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에 7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화는 1년에 한 척 정도인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열 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같은 기간 연매출도 4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