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명동 등 반영구 시술을 취급하는 병원에 가보면, 저연차 경력 문신사를 저임금으로 고용해 병원 한켠에서 영업하는 경우가 100%에 가깝습니다."
문신 시술 4년 차 이 모 씨는 이렇게 지적하며 "일부 병원에서는 눈썹 문신이나 두피 문신을 홍보하지만, 막상 상담을 받아보면 시술자는 의사가 아닌 채용된 비의료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라면 의사로서 남의 눈썹을 그리려고 수십 년을 공부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눈썹 문신을 받으려고 병원 진료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이건 의료가 아니라 미용·패션 영역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신 시술 7년 차 안 모 씨도 "의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비의료인 시술자에게 공간만 내주고 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공짜 수익’을 챙긴다"며 "돈에 눈먼 자들이 ‘국민 건강’을 내세워 반대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민낯은 이렇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에서 하면 합법이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의료인이 아니면 모두 불법"이라며 "실제로는 대부분의 시술을 채용된 비의료인이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의료인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자,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을 "피부에 영구적으로 색소를 주입하는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비의료인 시술은 감염과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역시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고 인체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침습적 행위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번 법안은 마치 국가가 문신을 보건·문화적으로 권장하는 행위인 양 합법화 근거를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장 실태는 이와 정반대였다. 강남·명동 일대 피부과·성형외과에서는 의사들이 직접 시술하지 않고, 고용된 비의료인들이 대부분의 반영구 시술을 맡고 있었다. 겉으로는 '환자 안전'을 내세워 비의료인 시술을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병원 내부에서 버젓이 비의료인을 내세워 영업하는 모순적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27일 기자가 여러 의원에 확인해 본 결과, 의사가 운영하는 피부과가 '반영구 클리닉'을 내세워 광고하면서도 막상 연락해보면 의사가 직접 시술하지 않고 비의료인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병원은 ‘믿을 수 있는 반영구 장비, 인증 의료기기, 위생적인 일회용 바늘 사용’ 등을 강조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반영구 업소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하는 장비였다. 또 "10년 이상 경력의 숙련된 뷰티라이너가 시술한다"며 의원 명칭을 교묘히 '클리닉'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의료인이 시술하는 현실이 확인됐다.
한 병원 관계자는 "반영구 시술은 미적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 자격을 갖춘 뷰티라이너 선생님이 진행한다"며 "피부 알레르기가 있으면 원장과 상담만 한다. 원장이 직접 해주시는 건 아니고, 절개나 큰 상처가 아니라 복용 약이 필요하지 않다. 20년 넘게 병원에서 해왔지만, 문제는 없었다. 개인 샵이 아닌 성형외과에서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홈페이지에 반영구 시술을 한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병원 소속의 반영구 실장님이 맡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한경닷컴에 "의사가 아닌 사람이 반영구를 하는 건, 간호사가 의사 감독하에 주사를 놓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주변에 탈모 관련 의원을 보면 의사들이 직접 시술하는데 만약 비의료인이 피부과 안에서 시술한다면 그 행위는 잘못이고, 의사 감독하에 간호사가 시술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의료인 반영구·타투 시술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언급하며 의료계의 주장을 비판한다.
반영구 시술 1년 차 김 모 씨는 "의사와 간호사가 놓는 주사의 깊이는 훨씬 깊지만, 눈썹 반영구는 피부 표피층에만 바늘이 들어가 혈관 감염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작 의사들도 시술받으면서 왜 우리에게만 위험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안철수 의원 등 의사 면허를 가진 국회의원조차 반영구 시술을 받았다. 연예인들도 방송에서 공개할 만큼 이미 대중화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신 시술 2년 차 30대 강 모 씨 역시 "의사들도 수술하다 부작용이 나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눈썹 반영구는 특정 피부 타입이나 알레르기만 없다면 안전하다"며 "실제로 고객들이 병원에서 받고 난 뒤 다시 전문 숍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반영구를 내걸고 의사가 직접 시술하지도 않고 항생제 처방만 해주거나, 오히려 흉터를 남기는 사례도 있었다. 문신은 의료가 아니라 심미·예술 영역이다. 문신을 의사만 하게 된다면 병원 진료표를 뽑아 기다려서 눈썹 문신을 받으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씨는 이어 "고객들은 얼굴에서 중요한 눈썹을 통해 예뻐지고 잘생겨지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영역은 의료가 아니라 메이크업과 예술에 가깝다. 피부에 바늘이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의사들만 해야 한다는 건 억지다. 결국 약 처방과 매출을 독점하려는 의사들의 욕심"이라며 "해외는 이미 미용·예술로 분리돼 정부 관리 속에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만 의사들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하루빨리 법이 개정돼 안전하고 발전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의료계의 반대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못한 채, 병원 안에서도 비의료인 시술이 버젓이 이뤄지는 "합법의 탈을 쓴 불법 구조"가 굳어져 있다.
반면 해외는 문신과 반영구 시술을 이미 미용·예술의 영역으로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 단위로 문신사 면허제를 운용하며 위생·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유럽연합(EU)은 색소 안전 규제를 시행 중이다. 일본도 2020년 최고재판소 판결을 통해 비의료인 시술을 합법화했다.
문신 시술은 1992년 대법원판결로 의료행위로 규정된 뒤 의사만 가능했고, 2023년 헌법재판소도 5대 4 의견으로 타투유니온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며 이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수십 년간 문신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무면허 시술에 따른 감염·부작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4년 5월, 대구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 사건에 대해 배심원단이 4대 3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피고인 권 모 씨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권 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구 중구에서 뷰티숍을 운영하며 비의료인 신분으로 눈썹 문신 시술을 해온 혐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정치인들 역시 반영구 시술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례가 잇따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21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도 눈썹 문신을 했다"고 털어놓았고, 의사 면허를 가진 안철수 의원 역시 "흰 눈썹이 늘어 반영구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같은 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눈썹 문신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에도 과거와 현재 사진이 비교되면서 "이재명 의원도 눈썹 문신을 했다"는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문신 시술 이용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문신 이용자 500명 중 병원 시술 경험자는 1.4%, 반영구화장 이용자 1444명 중 병원 경험자는 6.8%에 불과했다. 나머지 90% 이상은 이미 비의료인에게 시술받고 있었고, 그나마 병원 시술 경험자 가운데서도 실제 의사가 직접 시술한 경우는 문신 14.3%, 반영구 23.5%에 그쳤다. 이용자 절반 이상은 "비의료인 시술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유로는 △이미 대부분 비의료인이 하고 있어서(52%) △의사 전문지식이 없어도 안전하다(24%) △병원보다 전문 시술자에게 받고 싶다(23%) 등이 꼽혔다.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문신사법'을 의결했다. 이에 국회 앞에서 대기하던 문신사 90여 명은 순간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역사적인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21대 국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상정되지 못했던 법안이 22대 국회 들어 드디어 속도를 내자, 현장 문신사들은 울먹이며 "수십 년 만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복지위는 오전 10시 전체 회의를 열어 총 72개 법안을 심사했고, 문신사법은 마지막 순서로 상정돼 11시 19분경 의결됐다. 현장에는 박주민·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찾아 문신사들을 격려했고, 타투이스트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캐리커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약 10년 동안 문신사법 제정을 추진해 온 인물이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그는 "10년이 걸린 법인데 법안 통과는 정말 빨리 된다. 기쁘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문신사법에는 △문신사 면허 발급 △일반의약품(마취 목적) 사용 허용 △문신 제거 행위 금지 △부작용 신고 및 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위생교육 의무화 △공익신고 활성화 등이 담겼다. 특히 '문신 제거 행위 금지'와 '공익신고 활성화'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조항이다. 오랫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문신 시술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 이번 국회 결정은 한국 문신·반영구 업계의 향후 지형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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